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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시험대 오른 獨메르켈…제호퍼, 난민정책 갈등에 “장관·대표직 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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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퍼 기사당 대표, 지도부 회의서 사임의사 표명”

메르켈 주도 EU정상회의 난민 합의안에 불만

기사당 이탈 및 대연정 붕괴 가능성…獨정치불안 심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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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005년부터 13년째 독일을 이끌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난민정책을 놓고 메르켈 총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기독사회당(CSU)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사임 의사를 표명해서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은 68년 간의 동맹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선 대연정 붕괴 가능성도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제호퍼 내무장관은 이날 기사당 지도부 회의에서 대표직과 장관직을 모두 내놓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독일 언론들은 소식통들을 인용, 제호퍼 장관이 조만간 대표직과 장관직 사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호퍼 장관이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은 메르켈 총리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가져온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둔 기사당은 반(反)이민과 반이슬람을 앞세워 약진하고 있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뒤질 것을 우려, 메르켈 총리에게 더욱 강력한 이민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반대에 부딪히자, 제호퍼 장관은 지난달 18일 메르켈 총리에게 EU 정상회의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라고 주문했다.

기사당이 추진하고 있는 난민유입 규제 정책은 국경지역에 경비·감시 인력을 두고, 다른 EU 회원국에 이미 망명신청을 한 난민에 대해선 입국을 거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메르켈 총리는 같은달 28~29일 개최된 EU 정상회의에서 28개 회원국들로부터 국경 강화와 역내 합동난민심사센터 신설, 역내 난민 이동 제한 등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난민들이 처음 망명을 신청한 국가에만 거주토록 EU 14개국과 합의했다.

메르켈 총리는 합의안이 독일 국경경찰에게 망명 신청자들을 돌려보낼 권한을 부여하자는 제호퍼 장관의 요구와 동일한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제호퍼 장관은 이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제호퍼 장관은 이날 지도부 회의에서 자신이 “어떤 지지도 얻지 못했다”며 전날 메르켈 총리와의 비공개 회담에 대해 “무의미했다”고 말했다.

제호퍼 장관이 사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연정은 위기를 맞게 됐다. 기사당이 제호퍼 장관을 대신할 인물을 내세우더라도, 난민정책에 대한 기사당의 입장이 그대로라면 연정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68년 간 계속돼 온 두 당의 동맹관계가 깨지는 것은 물론, 대연정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사-기민 동맹이 깨질 수 있다. 불과 4개월이 지나지 않아 메르켈 연정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당이 연정에서 빠지게 되면 독일 연방하원은 여대야소에서 여소야대로 전환된다. 현재 연방하원은 대연정을 꾸린 기민-기사 연합과 사회민주당(SDU)이 각각 246석(기민당 200석, 기사당 46석), 153석을 차지하고 있다. 총 399석으로 전체 709석 중 과반인 355석을 넘지만, 기사당이 이탈하면 353석에 그쳐 과반에 2석이 모자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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