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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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와 타협점 찾기 실패
독일 대연정 내 한 축인 기독사회당(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난민정책을 놓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타협점 찾기에 실패했다며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난민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독일 대연정이 붕괴될 위기에 놓이면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AFP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제호퍼 장관은 1일(현지시간) 기사당 내부 회의에서 EU 정상회의의 난민 정책 합의안이 “부적절하다”며 내무장관직과 기사당 당수직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어떤 지지도 얻지 못했다”며 전날 메르켈 총리와의 비공개 회담에 대해 “무의미했다”고 말했다.
제호퍼 장관은 EU 합의안이 독일 국경경찰에게 망명 신청자들을 돌려보낼 권한을 부여하자는 자신의 요구사항과 동일한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호퍼 장관은 난민 정책을 두고 메르켈 총리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EU 회원국에 이미 망명 신청이 된 난민을 추방하는 내용의 정책을 내놨지만 메르켈 총리가 EU 공동의 난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반대했다. 양측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대연정 붕괴론까지 불거진 가운데 제호퍼 장관과 기사당은 정책 추진을 보류하고 EU 정상회의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후 EU 28개국 정상들은 EU 국경 강화와 역내 합동난민심사센터 신설, 역내 난민 이동 제한 등에 합의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의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14개 EU 회원국에서 망명 신청을 했다가 독일에 온 난민을 돌려보내기로 이들 국가와 합의했다고 밝히며 제호퍼와 기사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한에서 합의한 국가로 언급된 헝가리와 폴란드 등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제호퍼 장관의 사임 의사로 기민당과 기사당의 대연정은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기사당 원내대표는 “제호퍼의 사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당 여론을 밝혔지만 향후 제호퍼와 기사당의 행보는 안갯속이다.
FT는 “기사당과 기민당의 동맹이 깨질 수 있다”며 “4개월이 채 안된 메르켈 연정의 붕괴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설사 기사당이 제호퍼 장관을 대신할 인물을 내놓더라도 당의 기존 입장이 유지된다면 68년 간 계속돼온 두 당의 동맹관계가 깨지고 대연정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둔 기사당은 반이민과 반이슬람을 앞세워 약진하고 있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뒤질 것을 우려, 메르켈 총리에게 더욱 강력한 이민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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