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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독 메르켈 주도 EU 난민 합의에 동유럽 “가짜 뉴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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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궁지 몰린 메르켈, EU 정상회의로 난민 통제 강화책

국내적으로는 기민련의 동맹 기사련의 동의 얻어야

체코·헝가리·폴란드 “그런 합의 없었다” 부인

EU의 새로운 난민 통제 강화책도 실현 불투명해져



난민 문제로 위기에 빠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2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로 큰 고비를 넘긴 것처럼 보였으나 국내의 추인과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는 동유럽의 반발이라는 걸림돌을 만났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합의한 난민 통제 강화책에 대해 자신이 속한 기독민주연합(기민련)의 정치 동맹인 기독사회연합(기사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기민련과 기사련 지도부는 1일(현지시각) 각각 회의를 열어 메르켈 총리가 밝힌 합의안에 동의할지를 논의했다.

메르켈 총리는 다른 유럽연합 정상들과 함께 △회원국들은 난민을 자발적 원칙에 따라 수용하고 △난민 신청을 관장하는 심사센터를 설치하며 △한 국가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다른 유럽연합 국가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 것을 뼈대로 한 개혁안에 합의했다. 이런 합의는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들의 통로 역할을 하는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부담도 더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난민이 처음 도착한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받고 심사를 책임진다는 ‘더블린 원칙’을 유지해왔는데, 이번 합의에 의한 ‘심사센터’ 설립은 그 부담을 나누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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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사련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특정 유럽연합 회원국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은 독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연립정부 탈퇴 가능성까지 위협해왔다. 유럽연합의 관대한 난민 정책을 뒷받침해온 메르켈 총리도 결국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을 제한하는 이번 합의를 통해 기사련을 달래려 하고 있다.

2015년 유럽의 ‘난민 위기’ 이후 밀려드는 난민이 급증하자, 독일 내에서는 반난민 정서가 커졌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는 반이민을 내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원내 3당으로 부상했다. 보수적인 바이에른주의 지역 정당인 기사련은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일을 위한 대안’에 1당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메르켈 총리에게 강경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사련 소속인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는 새 난민 정책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해, 메르켈 총리는 국내 반발은 어느 정도 달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일제히 독일과 그런 합의를 하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30일 낸 성명에서 “독일은 이 문제를 우리와 함께 해결하지 않았고, 우리는 이 합의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에서 가장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도 국영 통신사 인터뷰에서 “그런 합의는 없었다”, “가짜 뉴스다”라고 밝혔다. 헝가리 정부는 “망명 신청자가 이미 그리스나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을 통과했다면 헝가리 영토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폴란드 외무부도 1일 “체코나 헝가리 정부가 확인했듯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3개국은 독일 국경까지 도달한 난민 신청자들이 자국으로 되돌아올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동유럽 3국의 이런 주장은 메르켈 총리가 유럽연합 14개국과 난민 신청자 송환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과 완전히 상반된다. 앞서 외신들은 메르켈 총리가 기민련과 기사련, 다른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 지도부에 유럽연합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려고 보낸 서한에서 체코·헝가리·폴란드도 자신의 제안에 동의한 국가로 명시했다고 전했다.

결국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보수 정치 동맹과 정권 유지를 위해 이번 합의를 주도했으나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로 거짓말 논란까지 만난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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