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리비아에 구조 우선권
구조단체 활동 위축 비판도
해안서 여아 시신 3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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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리비아 트리폴리 동부 해상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배가 뒤집혀 100여명이 실종됐다. 대부분 이민자나 난민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생사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리비아 해안에선 이 배에 탔던 것으로 보이는 여아의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지난달 30일 AP통신 등은 난민 구조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탈리아 구조당국이 구조 책임을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떠넘기고 난민 구조단체들의 구조활동까지 막아 피해를 키웠다고 보도했다. 전날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은 리비아 해양경비대 지원과 이들의 구조활동 시 난민 구조단체들의 접근을 금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불법 인신매매 행태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구조단체들의 활동까지 위축시켜 희생자만 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페인 구조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는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구조당국과 리비아 해양경비대 간 교신내용을 언급하면서 배가 전복된 지 90분이 지나서야 공식 구조요청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구조당국과의 교신에서 먼저 구조를 제안했지만 “리비아 해양경비대가 구조활동을 하고 있으며 도움은 필요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단체의 구조선 아스트랄호 선장 리카르도 가티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구조협력차 수차례 교신을 시도했지만 리비아 해양경비대는 받지 않았다”면서 “구조 현장에서 떠나라고 한 차례 이상 공격적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극우·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아프리카 북부에서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이민·난민 행렬을 막기 위해 리비아 해양경비대에 경비 임무를 맡겨왔다. 그 결과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이민·난민신청자들은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리비아 해양경비대의 허술한 구조작업과 난민구조선에 대한 위협으로 이민·난민들의 희생만 늘고 있다. 리비아 정부당국은 사고 당일 16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가티 선장은 “리비아 해양경비대는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구조작업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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