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신청에 대한 한국의 가혹한 태도 노출”
한 해 90만명 난민 신청한 독일과 비교하기도
“4·3 때 등 한국인들도 해외 망명 많이 해”
제주시민들 배려에 “인도주의 섬” 발언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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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들에 대한 논란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한국의 태도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30일 제주도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쓴 ‘한국인들은 섬으로 피신한 예멘 난민 500명에 화가 나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난민 신청자들의 입국 경위와 현실을 소개하면서 “제주도가 격렬한 분노의 현장이 됐다”고 보도했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청와대 게시판 청원이 52만 건을 돌파하고, 제주도민 500명 대상 조사에서 90%가 외출 때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50%가량의 한국인들이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국 법무부가 경제적 동기로 인한 난민 신청 남용을 막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제주도가 무비자 입국 대상에서 예멘을 제외시켰다고 소개했다. 낯선 이들의 존재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제주도 현지인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또 “예기치 않게 예멘인 500명이 도착해 대중적 반발을 촉발한 것은 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한국의 가혹한(draconian) 태도를 노출시켰다”고 했다.
이 신문은 한국인들의 외국인들에 대한 오래된 경계심이 이런 논란의 바탕에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 역사에서도 많은 난민들이 해외로 나갔다고 짚었다. 제주도의 경우 1948년 4·3 사건 때 학살을 피해 수만명이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또 한국에서 예멘인 500여명이 불러온 논란은 지난해 18만5000명의 난민 신청 사례를 처리하고, 2015년에는 90만명이 난민 신청을 한 독일 사례와 대비된다고 했다. 일부 제주 시민은 이렇게 난민을 많이 받아들인 독일에서 발생하는 ‘난민 범죄’를 거론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지난해 9942명의 난민 신청자 중 1.2%에 해당하는 121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에서 온 피란민 가족 출신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게시판 청원 인원이 20만명을 넘었기 때문에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대중적 반감에도 북구하고 구호단체들은 예멘인들에게 음식과 거처를 제공하며 “난민 신청자 보호는 국제법적 의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멘 언론인 출신이 제주 시민들의 온정적 대우에 감사를 표하면서 제주도를 “인도주의의 섬”이라고 평가한 말도 소개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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