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 외교관을 인용해 회담 진행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애초 EU 국가 정상들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무역과 안보ㆍ국방 관련 분야를 둘러싼 EU 정상회의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난민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서명할 수 없다는 이탈리아의 고집 때문에 합의문이 채택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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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예정됐던 기자간담회 일정을 취소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한 회원국(이탈리아)이 전체 합의문과 관련해 유보 입장을 밝히며 지금까지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U 국가 정상들은 앞서 회원국 간 방위협력 강화와 함께 일자리ㆍ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대한 입장, 미국의 무역 정책 비판 등을 아우르는 정상회담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EU 회원국들로부터 (난민 문제 대책과 관련해) 어떠한 변화 움직임이 없다면, EU 정상회의는 어떠한 공동 합의문 없이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콘테 총리는 난민 문제를 해결할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로부터 유입되는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는 더블린 조약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더블린 규칙은 난민이 유럽에 왔을 때 도착한 나라에서 망명 절차를 밟은 뒤 다른 EU 국가로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지리적 요인으로 이탈리아는 난민들이 가장 많이 도착하는 곳이어서 난민 부담이 가장 큰 곳이다.
이탈리아의 어깃장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 난민 문제로 연정 위기에 처한 메르켈 총리는 국가별로 이견이 있는 난민 문제를 두고서 개별국 차원에서 접근해왔다. 메르켈 총리를 돕기 위해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 등이 난민 신청을 한 뒤 독일로 건너간 난민들을 다시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는 등 지원에 나섰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EU 정상회담 참석을 앞두고 독일 하원 연설에서 "난민 문제가 EU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난민 문제와 관련해 EU 차원의 대책을 추진해온 메르켈 총리는 EU 정상회담에서 난민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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