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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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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EU정상회의 선언문 채택 거부…난민문제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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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난민대책 요구 수용돼야 서명"…EU 내부, 난민갈등 증폭 투스크·융커 기자회견 취소…메르켈, 연정붕괴 위기로 몰리나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28일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회의에서 무역문제, 안보·국방 협력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EU정상회의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이탈리아가 난민문제에 대한 자국 입장 수용을 요구하며 서명을 거부, 선언문 채택이 일단 무산됐다.

EU 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한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난민 문제에 대한 이탈리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사전에 이미 조율을 마친 정상회의 선언문에 서명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에 따라 첫날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이날 오후 예정됐던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르도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공동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투스크 의장의 대변인은 "한 회원국이 정상회의 결정문(동의)에 대한 입장을 유보해 현재로선 정상회의 결정문이 합의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 기성정치에 대한 반대를 내세우는 '오성운동'과 극우정당인 '동맹'으로 구성돼 EU에 비판적인 이탈리아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는 주세페 콘테 총리는 다른 EU 회원국들이 이탈리아로 집중되는 난민문제 처리 비용과 부담을 공동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의 28개 정상들은 첫날 오후 회의를 마치면서 사전에 조율된 정상회의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이 선언문에는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강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비롯해 EU 회원국 간 안보 및 국방 협력 강화, 일자리, 성장과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한 EU의 입장이 담길 예정이었다.

연합뉴스

콘테 이탈리아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EU 정상들은 이날 만찬을 겸한 저녁 회의 때 난민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회원국 간 입장차가 커서 난민 문제 대책에 대해 완전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해 몇몇 회원국은 이날 수용 의향이 있는 몇몇 EU 회원국 내에 난민들의 망명신청을 처리하는 '난민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난민대책에 잠정 합의했으나 일부 회원국들이 이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는 모든 EU 회원국들이 이 같은 방안에 합의해야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난민 문제와 관련, EU 역내에 들어온 난민들은 제일 처음 도착한 나라에서 망명을 신청해야 한다는 이른바 '더블린 규칙'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의 의무적인 할당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회원국 간 난민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EU가 무역문제를 놓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EU 회원국 간 내부 갈등이 증폭되면서 대미 통상 대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어렵게 됐다.

한편,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는 EU 정상회의에서 난민 문제 개혁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EU 핵심국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켈 총리의 연정을 구성한 자매정당인 기사당은 그동안 난민수용에 적극적이었던 메르켈 총리에 대해 강경한 난민대책을 요구하며 이달 말까지 난민개혁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연립정부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메르켈 총리를 몰아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EU 정상회의 모습 [EU 홈페이지 캡처]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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