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정부의 이란 제재에 장비 지원 중단
이란, 모로코에 1-0 승리
이란 팬들이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패러디한 문구로 항의했다. 테헤란타임스 캡처 |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뉴시스】 박지혁 기자 = 어려운 환경에서 조별리그 첫 승을 거둔 이란이 잔뜩 고무됐다. 특히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의 장비 지원이 중단된 가운데 값진 성과를 내 더욱 그렇다.
이란 테헤란타임스 신문은 17일(현지시간) "나이키, 우리는 너희 없이 해냈다(Nike we just did it without you)"는 기사로 이란의 분위기를 전했다.
사태의 발단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서 비롯됐다. 미국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정부 제재를 이유로 이란 대표팀에 축구화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의 정치적 신경전의 불똥이 스포츠로 튄 것이다.
당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장비를 바꾸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 국민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나이키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불매운동으로 동참했다.
그러나 이란은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경기 막판 터진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모로코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란의 월드컵 본선 승리는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미국을 2-1로 이긴 뒤 무려 20년 만이다. 뒤숭숭한 분위기를 값진 승리로 단숨에 바꿨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 |
케이로스 감독은 "우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대회를 준비했지만 이런 어려움이 선수들에게 더욱 특별한 동기부여가 됐다"며 "FIFA의 주요 가치는 정치와 축구를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은 (이번 승리로) 다른 나라의 선수들과 같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많은 이란 팬들은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패러디해 'We just did it without you' 문구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기업인 나이키로선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잖다. 미국 정부가 제재를 위반하는 미국 기업에 상당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한편, 스페인 언론 아스에 따르면, 이란 주축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이란 대표팀을 떠나기로 한 케이로스 감독의 재계약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감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수석코치 등을 지낸 케이로스 감독은 2011년 4월부터 이란 지휘봉을 잡았다. 이란을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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