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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in 전주] 공격도 수비도 모자랐던 스리백 '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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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전주, 한준 기자] 신태용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 감독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내 마지막 평가전이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을 스웨덴전에 가장 가깝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신 감독이 꺼내든 전술 카드는 스리백.

스웨덴이 투톱을 쓰는 4-4-2 포메이션을 정형화하고 있기에, 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다만, 수비 라인의 핵심 선수 장현수가 부상 중이며, 23인 최종 엔트리 선발 과정에 센터백 중 한 명을 탈락시켜야 하는 상황이라 선수 점검 차원의 교체가 많았다. 스웨덴전에 준하는 조직력도, 밀도도 기대할 수 없었다.

장현수의 부재에, 기성용의 센추리 클럽 가입 문제까지 거치면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은 미드필더 기성용을 스리백의 중앙, 센터백 포지션에 기용하는 하나의 실험이 더 추가됐다. 신 감독에게 물었다. 기성용 스리백 배치는 원포인트였을지, 월드컵에 정말 쓸 수 도 있는 실험인지. 신 감독은 “두 가지 다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기성용 선수를 가지고 우리가 앞 선에 있는 선수들에게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부분, 장현수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하면, 장현수 선수와 기성용 선수를 어떤 포인트를 갖고 팩트를 갖고 운영할 것인가 그런 부분을 좀 더 생각하면서 운용했던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기성용 선수가 갖고 있는 장점과 우리 1선의 선수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좀 더 훈련해야겠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신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하기 전, 2014년 9월 우루과이와 평가전에 임시 감독을 맡아 경기했고, 이때 기성용을 스리백의 중심으로 배치하는 전술로 재미를 본 바 있다. 4년 만에 다시 썼다. 기성용의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고, 좌우 센터백도 오반석과 윤영선으로 처음 맞추는 조합이라는 점에서 더 어려운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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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비를 다섯 명이나 뒀는데 왜 3골을 내줬을까?

스리백 수비는, 문전 위험 지역에 수비 숫자를 늘려 수비 안정감을 위해 쓴다. 더불어, 공격적인 전술이 될 수 도 있다. 세 명의 수비가 배후를 지키면, 좌우 풀백이 윙백으로 전진해 더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할 수 있다. 라인이 높은 스리백은 오히려 포백 보다 공격적이다. 더구나 스리백 중의 한 명을 미드필더 기성용으로 배치했다면, 매우 공격적인 전술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신태용호가 쓴 스리백은 공격 상황에 숫자가 부족하고, 수비 상황에도 숫자가 부족했다. 스리백 전술이 가진 근본적 강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근본 없는 스리백이 된 것이다. 그런 탓인지 전반전이 끝나고 스리백의 중심으로 기용된 기성용이 짜증과 분노를 숨기지 못하며 터널로 향하다 주장 완장을 벗어 던졌고, 후반전 경기를 치르던 중 손흥민이 노골적으로 동료 선수들에게 짜증을 냈다. 두 선수 모두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에게 “본선에서 이렇게 경기하면 참패한다”고 직설을 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은 5-3-2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좌우 윙백 자리에 김민우와 이용을 배치했으나, 둘은 공격에 활발히 가담하지 못했다. 오반석, 기성용, 윤영선으로 구성된 스리백에서, 전반전에 기성용은 중원으로 전진이 거의 어려웠다.

이재성, 정우영, 구자철로 구성된 세 명의 미드필더 중 공격 가담이 된 선수는 득점한 이재성뿐이었다. 정우영도 기성용과 근거리에서 보스니아 중원 공격을 막는데 주력했고, 구자철은 보스니아 레프트백의 오버래핑을 커버하다 체력이 일찌감치 떨어져 공격 지원을 거의 하지 못했다.

보스니아는 제코를 원톱으로 두고, 좌우 측면에 둘예비치와 비슈차를 넓게 배치한 스리톱으로 공격했다. 여기에 좌우 풀백의 공격 전진도 활발했다. 베시치, 시미로트, 피야니치로 구성된 세 명의 미드필더는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여유롭게 공을 소유했고, 한쪽 측면으로 한국 수비를 몰아둔 뒤 반대 전환 패스를 빠르게 때려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전에 왼쪽 측면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공을 넘겨 비슈차가 두 골을 넣었다. 후반전에는 비슈차가 오른쪽으로 이동해 바데이의 크로스를 마무리했다.

한국의 스리백 수비는 제코가 득점하지 못하게 저지했고, 피야니치를 2선에서 3선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와 세 명의 미드필더가 중앙에서 버텼기 때문이다. 하지만 측면 돌파와, 크로스, 전환 패스에 속수무책이었다. 좌우 윙백의 수비 커버는 물론, 좌우 센터백의 측면 공간 커버도 미진했다. 기성용에게 문전 수비 경합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과한 임무였다.

신 감독은 보스니아전에 수비숫자를 늘린 전술을 쓰고도 3골을 내준 것에 대해 “이틀 만 훈련하고 경기했다”며 선수들이 스리백 내지 파이브백 상황에서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았던 ‘훈련 시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스리백의 양쪽 선수들이 좀 더 풀백 개념을 갖고 묻어 나오게 훈련시키고 있는데, 팀에서는 선수들이 아직 몸에 배어있는 안으로 좁혀 가는 성향 강하다 보니까. 스리백에서 상대가 한 명인데도 세 명이 센터를 지켰다. 그 부분을 이틀 동안 훈련하며 주문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좁혀 가면서, 양쪽의 윙백이 좁혀 들어오면서 사이드에서 크로스 쉽게 내준 것은 분명 인정한다. 그 부분 주문하고 있지만, 시간을 갖고 스리백을 쓴다면 그 부분은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이틀 만에 (그동안) 몸에 배긴 것을 완전히 떨쳐내긴 시간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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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백도 공격적일 수 있는데, 한국의 스리백은 왜 공격 지원이 없었을까?

신 감독의 말은, 스리백을 뒀는데, 좌우 센터백이 포백 상황처럼 안으로 좁혔고, 좌우 윙백과 간격 조절에 실패해 측면 수비에 틈이 생겼다는 것이다. 세 명의 미드필도는 그 틈을 메우려다 밀려났고, 그래서 공격 할 때 숫자가 부족했다.

스리백이 가진 수비적 장점을 살리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스리백의 공격적 강점도 구현하지 못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의 단독 질주 외에 인상적인 플레이는 거의 없었다. 이재성의 득점 장면이 그나마 성과였다.

구자철이 보스니아 레프트백 수니치를 막아주면서 라이트백 이용이 전진할 수 있었다. 이용은 기성용이 뿌려준 긴 전환패스를 받아 몇 차례 좋은 공격 기회를 만들었지만 매듭을 짓는 과정은 아쉬웠다. 이용의 최대 장기는 예리한 오른발 크로스인데 손흥민과 황희찬으로 구성된 투톱은 신장이 크지 않았다. 이용의 크로스는 허공을 갈랐다. 그래서 이용은 스루 패스와 로빙 패스로 몇 차례 좋은 장면을 만들어 줬지만 공격 지원 숫자가 부족해 이내 보스니아 수비에 쌓여 막혔다.

한국은 보스니아가 선제골을 넣고 잠시 집중력이 흔들렸을 때 황희찬의 패스에 이은 이재성의 돌파로 득점했다. 한국은 이날 스웨덴전에 대비한 빠른 역습 공격을 펼쳤다. 후방과 중원 지역에서 공을 따내면 멈추지 않고 논스톱으로 손흥민이나 황희찬을 향해 롱패스를 때리는 것이다. 공간에서 경쟁하며 달려들어 제한된 인원으로 슈팅 기회를 만드는 플레이는 잘 먹혔다.

공격수들이 활발하게 스위칭하고, 논스톱 패스로 ‘돌려치기’를 시도하자 보스니아 수비도 틈을 보였다. 문제는 보스니아 수비가 빠르게 정렬하면서 이런 공격 기회가 의미있는 슈팅으로 마무리된 상황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 보스니아의 수비 전환이 빠르게 이어져 공을 끌고 가던 중 잘리거나, 마무리 패스를 한 뒤에 슈팅 공간이 없었다.

손흥민은 이날 투톱으로 나왔지만 2선 지원이 부족해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고 전진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순간 힘이 빠졌다. 신 감독은 공격이 미진했던 것에 대해 " 손흥민이 볼 받으려 내려오고 혼자 돌파도 하고 좋은 모습 보였지만 우리가 스웨덴 준비할 때 그런 모습 보다 다른 모습 주문할 것이다. 100% 말씀 못드리지만 오늘과 다른 경기, 패턴으로 준비하고 있다. 오늘은 사실 평가전이다 보니까 세트피스나 이런 것 사실 우리가 한 훈련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 것 죄송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노출하면 안된다. 좀 숨길 것은 숨기다 보니 패착이 됐다"며 본선 전략을 숨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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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거리 원정에 일부 주전 선수 빠진 보스니아, 한국의 현실을 일깨우다

문제는 보스니아가 홈에서 몬테네그로와 경기를 치르고 장거리 비행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주력 선수를 쉬게 한 온전하지 않은 팀이라는 점이다. 한국도 체력 훈련 중이지만, 장거리 원정을 온데다, 경기 동기부여도 크지 않은 보스니아와 비교하면 홈팀이고, 컨디셔닝에도 유리하다. 보스니아의 조직력과 집중력이 좋았다.

보스니아는 후반전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수비 조직은 유지했다. 공격으로 전환할 때 집중력이 떨어졌기에 더 많은 득점을 못했다. 출정식에서 1-3으로 진 한국은, 보스니아의 컨디션이 더 나았다면 더 큰 패배를 당할 수도 있었다.

로베르토 프로시네츠키 감독은 “스웨덴과 우리는 전혀 다른 팀이다. 우리는 전형적인 발칸의 팀으로 볼을 소유하고, 라인을 높여 축구를 추구한다. 스웨데는 그보다 피지컬이 강하고, 역습하는 팀”이라고 했다. 성향은 다르지만, 수비시 조직적이고, 힘이 좋았으며, 전환 패스와 크로스 패스를 잘 활용한 부분은 스웨덴전에 대한 대비 경기가 되기 좋았다.

보스니아의 원톱에도 고전한 한국의 스리백은, 두 명으로 늘어날 스웨덴의 투톱 공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보스니아의 비슈차에 해트트릭을 내준 한국은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메리가 전개할 측면 기반 커트인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이 스웨덴전에 스리백을 고민한다면, 좌우 풀백과 센터백의 앞선 수비와 측면 수비에 더 치밀해야 한다. 중앙 지역의 경합도 터프해야 한다. 그에 앞서 전방에서의 수비도 잘 되야 한다. 보스니아전에는 모든 게 안됐다. 구자철은 “이렇게 스리백을 쓴다면 차라리 라인를 내리고 전형을 갖춰 수비하면서 우리도 위협적인 공격수가 있으니 역습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스리백으로 어설프게 라인을 올렸다가 활동 거리가 늘어가 체력이 떨어졌고, 수비진에 숫자는 많이 뒀는데 공간 활용을 못하면서 약점만 노출한 보스니아전은 선수들의 자신감과 확신을 크게 떨어트렸다. 온두라스전 대승으로 사기를 높인 대표 팀은 보스니아전을 통해 현실을 봤다. 남은 2주간 경각심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어설픈 실험은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보스니아가 주고 갔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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