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연재] 쿠키뉴스 '옐로카드'

[옐로카드] 갭은 이미 역전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옐로카드] 갭은 이미 역전됐다

쿠키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종목에서여전히가장 강한 지역일까? 적어도 오는 가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전까지는 확답할 수 없겠다.

지난 2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제니트 라 빌레트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녹아웃 스테이지 결승전에서 중국의 로열 네버 기브업(RNG)이 한국의 킹존 드래곤X를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5년 MSI 이후 처음으로 국제 메이저 대회 우승을 놓쳤다.

한국 대표로 나선 킹존이 국내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지난 스프링 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를 지켜본 이라면 더욱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킹존은 지난 봄 정규 시즌 1위(18승2패), 포스트 시즌 1위로 통합 우승을 차지한 명실상부한 '어나더 레벨' 팀이었다. 한국에서가장 강한 팀이 MSI에 나가고도 우승컵을 들지 못한 셈이다.

그간 중국과 한국의 실력 격차는 꾸준히 좁혀져오고 있었다. 이상 조짐은 지난해 7월 한국, 중국, 대만,홍콩,마카오 지역의 상위 4팀 간 맞대결이 펼쳐진 이벤트성 대회 리프트 라이벌스 때부터 감지됐다. 당시 한국은 대회 결승에서 중국에 1대3으로 패하면서 초대 우승컵을 내준 바 있다.

당시 중국 지도자와 선수들은 겸손했다. 한국 지역을 한 수 위의 상대로 인정했고, 무엇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우승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한국이 한 수 위, 다만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던 그들의 말. 바꿔 말하면 결국 갭 이즈 클로징(Gap is closing). 3개월 뒤 중국에서 열린 2017 롤드컵은 그 사실을 더 명확하게 상기시켰다. 중국의 2,3시드였던 RNG와 팀 월드 엘리트(WE)는 한국의 SK텔레콤 T1, 삼성 갤럭시와 함께 대회 4강의 한 귀퉁이를 차지했다.

세미파이널에서 나란히 펼쳐진 한중전, 경기는 모두 접전 끝에 한국 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지역 간 실력 격차는 그야말로 한 끗에 불과했다. 특히 SK텔레콤 T1은 '페이커' 이상혁이라는 걸출한 스타의 개인기만으로 역전승을 거머쥐었을 뿐, 타 포지션에서는 판정패를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쿠키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꾸준히 좁혀진 격차는 결국 어제 제니트 라 빌레트 경기장에서 역전됐다. 전광판에는 1대3 패배로 기록됐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그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킹존이 자랑하던 탑은 롤챔스에서만큼 공격적인 재능을 뽐내지 못했다. 정글러는 제집처럼 드나들던 정글에서 길을 잃었고, 팀의 버팀목이 돼줬어야 할 바텀 듀오는 실수를 연발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이번 대회 결과가 3년 전 MSI 보다 충격적인 이유는 RNG가 전원 중화권 선수로만 구성된 팀이기 때문이다. 2015년 SK텔레콤 T1을 꺾었던 EDG에는 '데프트' 김혁규와 '폰' 허원석이 핵심선수로 활약했었다.하지만 올해의 RNG는 다르다. 손대영 총감독과 이관형 코치가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틀림없지만, 실제로 우승을 만들어낸 것은 중국인 5인과 대만인 1인으로 구성된 선수단이었다. 이들은 한국인 용병 없이도 한국보다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염려되는 또 한 가지는 중국에 RNG급의 전력을 보유한 팀이 더 있다는 점이다. 지난 스프링 시즌 RNG는 킹존처럼 지역 내 압도적인 강팀으로 군림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지' 지안 즈하오의 하드 캐리로 우승까지 도달하기는 했으나, 플레이오프 시작 전까지만 해도 인빅투스 게이밍(iG)이나 EDG보다 약팀으로 평가됐다. 만약 올해의 iG나 EDG가 RNG를 대신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면 어제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쉽게 장담할 수가 없다.

이제 한국은 3년 만에 다시 도전자의 입장에서 국제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 영원한 강자는 없는 이곳에서 어쩌면 반드시 한 번쯤은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2등의 자리에서는 선두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한국 팀이 서머 시즌 동안 더욱 착실히 메타를 연구하고, 오는 가을 최강자 타이틀을 되찾기를 바라본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사진=라이엇 게임즈 플리커

쿠키뉴스 윤민섭 yoonminseop@kukinews.com
저작권자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