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2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한화 대 LG 경기에서 LG 선수단이 경기 시작에 앞서 추모의 시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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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경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양 구단의 응원단은 운영되지 않습니다."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한화전에 앞서 전광판에 이런 문구가 떴다. 양 구단이 응원전을 펼치지 않기로 한 건 이날 오전 숙환으로 별세한 LG 구본무(73)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1990년부터 2007년까지 LG 트윈스 구단주를 역임했다. 특히 90년 LG 구단의 창단작업을 진두지휘했고, 두 차례(90년, 94년)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끌었다. 구 회장은 평소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LG 선수단은 올 시즌 일요일 홈 경기에 'SEOUL(서울)' 유니폼을 입는다. 하지만 이날 평소에 입던 홈 경기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왼쪽 어깨에는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달았다. 별도의 추모행사는 없었다. 그러나 시끄러운 앰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잠실구장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구본무 회장을 도와 LG 트윈스 창단을 이끌었던 최종준 전 LG 단장(1995~2002년)은 "재계는 물론, 야구계의 큰 별이 졌다"며 "고인은 야구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분이셨다. 90년대 일찌감치 메이저리그식 선진야구를 도입해 LG가 명문구단으로 빠르게 자리잡는데 큰 기여를 하셨다"고 말했다.
94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선수들 이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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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1990년 서울을 연고로하는 MBC 청룡을 인수해 창단했다. 최 전 단장은 "고인은 구단 프런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룹 내 최고 인재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직접 면접을 진행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고 떠올렸다. 당시 LG상사에서 근무하던 최 전 단장은 야구단으로 옮겨 창단준비팀장을 맡았다. 그는 "구 회장님은 직원들을 믿고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초창기에는 한달에 3~4번씩 야구장을 찾았다. 지방에 일을 있을 때는 헬기를 타고 야구장에 방문할 정도였다. 당시 LG 선수들의 면면을 다 기억할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 종종 감독이나 선수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하며 격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구단에서 부러워할 만큼 선수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90년대 이미 경기도 구리와 경남 진주에 전용 연습장을 건립하고 잠실구장 라커룸 개조도 진행했다. 구단주의 야구 사랑이 당시에는 크게 회자됐다"며 "LG가 흑역사를 겪으면서 고인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간섭으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을 최대한 지원해주려고 애쓰셨다"고 강조했다.
LG트윈스 프로야구단이 15일 공식 출범, 구본무 구단주(左)가 조광식 단장에게 단기를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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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LG 부회장 시절 야구단 구단주로 취임했다. LG가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뒤인 95년 LG그룹 회장에 올랐다. 최 전 단장은 "해외 전지훈련이 끝나고 진주 연암공대에 있는 훈련장에서 훈련할 때 하루 시간을 내서 외가가 있는 진주시 단목리에 선수단을 초청했다. 선수단에서는 '단목 행사'라고 해서 중요한 행사 중 하나였다"며 "전지훈련장에도 가끔 방문하셨는데 신인 선수들 이름까지 다 알고 계셔 깜짝 놀랐다. 나를 따로 불러 선수 이름을 맞추는 내기를 하기도 했다. 스포츠신문 기사도 꼼꼼히 챙겨보셨다. 선수들을 만나면 농담도 하고 그 선수와 관련된 일화에 대해 이야기하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98년에는 '단목 행사' 때 수천만원 상당의 고급 손목시계를 MVP에게 선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2000년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를에 방문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백지수표를 써주겠다고 약속했던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장례는 "주변에 폐 끼치지 말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한다. 최 전 단장은 "평소에도 수행원 없이 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소탈한 분이셨다"며 "야구계에도 큰 일을 하신 분이다. 그런 분이 떠나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 조문 계획은 없다"며 "가족외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다. 애도의 뜻은 마음으로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게 유족의 뜻"이라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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