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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영표 도사' 콕 찍었다, 프랑스와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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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때 '족집게 예언' 이영표 위원, 러시아대회 예측]

"모든 힌트는 데이터에 있어… 프랑스·스페인이 우승 후보

한국이 약한건 분명하지만 한달 잘 준비하면 강팀 잡을 것"

"이번 월드컵 우승 후보요? 저는 프랑스를 기대합니다. 제가 아는 디디에 데샹 감독이라면 지금쯤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인도 우승을 노릴 만합니다. 지난 대회에선 조별리그 탈락을 했으니 이번엔 올라올 것 같아요. 벨기에와 브라질도 충분히 4강에 들 수 있는 후보입니다."

이영표(41) KBS 해설위원에게 한 달 앞둔 러시아월드컵(6월 14일 개막) 우승 '예언'을 해달라고 하자 먼저 프랑스를 꼽았다. 그는 처음 월드컵 해설을 맡은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 러시아전 이근호의 첫 골과 스페인의 몰락 등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를 모았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8경기 승패를 연속해서 맞혔던 문어 파울(Paul)에 빗대 '문어 영표'란 별명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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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초롱이라고 불렸던 이영표는 해설위원으로 월드컵 경기 결과를 정확하게 맞히면서 ‘초롱 도사’ ‘문어 영표’ 등으로 불린다. ‘문어 영표’는 남아공월드컵 때 8경기 결과를 정확하게 맞혀 화제를 모았던 ‘문어 파울(Paul)’을 빗대어 붙여준 별명이다. 러시아 월드컵 출전국 국기 카드를 깔아놓고 ‘우승국을 꼽아달라’고 하자, 이영표는 한참 생각하더니 프랑스와 스페인 국기 카드를 집어 들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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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위원은 "재미로 한 게 몇 번 맞아 '문어'란 별명을 얻게 됐지만, 솔직히 축구는 변수가 많아 예측이 참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데이터에서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순 있어요. 2015 아시안컵 4강전 이라크전(2대0 한국 승)을 떠올려 볼게요. 경기 전 이라크의 데이터를 보니 수비수들의 인터셉트가 유난히 많더라고요. 그 얘긴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을 끊기 위해 전진한다는 의미가 되죠. 그렇다면 뒤 공간이 비게 되는데 이를 공략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경기 시작부터 상대의 전진 압박을 언급하고 뒤 공간 침투를 해답으로 제시했습니다. 경기도 그렇게 풀렸고요." 신통방통한 예지엔 그만큼 치밀한 분석이 뒷받침됐다는 얘기다.

이영표는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레전드 수비수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첫 16강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월드컵 12경기를 뛰어 홍명보(16경기), 박지성(14경기)에 이어 한국 선수 중 월드컵에 세 번째로 많이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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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이 꼽는 '최고의 월드컵 팀'은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이다. 그는 "2002년엔 실력으로 처지는 상태에서 조직력과 체력, 정신력으로 버텼지만, 2010년은 대회 처음부터 끝까지 차원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고 했다. 이 위원은 "그때 성공 노하우를 브라질에서 이어가지 못했던 게 문제"라며 "꼼꼼히 기록하고 다음 사람이 이를 참고하는 전통이 없어 실수가 반복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영표 위원은 "좋은 선수라면 이미 월드컵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개막 6개월 전부터 월드컵을 상상했어요. '오늘이 첫 경기다. 라커룸에 들어가서 미팅을 하고 워밍업을 한다. 애국가가 울린다.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가 먼저 골을 넣었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나. 혹은 우리가 먼저 실점했을 땐 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나' 이런 상상을 계속하면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죠. 안 그러면 '멘붕(멘털 붕괴)'이 옵니다. 다른 대회와 달리 월드컵 실수는 역사에 영원히 남아요."

그에게 태극 마크란 무슨 의미였을까.

"국가대표 경기는 정정당당하게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겁니다. 친선? 그런 거 없어요. 애국가가 울릴 때 유니폼에 손을 올리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난 오늘 경기장에서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한국이 속한 F조 예상을 물었다. 이영표 위원은 "한국이 약체인 건 분명하다. 그래도 비관적으로 보고 싶진 않다"며 "축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술에선 뒤지지만 체력과 전술, 멘털 등을 잘 준비해 이를 보완한다면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게 축구"라고 했다. 그는 "남은 한 달 동안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채워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팬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여행 갈 때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가서도 좋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참 설레잖아요. 월드컵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희망 없이 대회를 기다리는 분위기인데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축제를 이렇게 기다리면 팬들에겐 손해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한 달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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