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이기형 감독이 지난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라운드에서 승리한 뒤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초반 K리그1이 심상치 않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는 강팀들이 숨고르기를 하는 가운데 중하위권 혹은 승격팀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2부에서 1부로 승격한 경남이 2연승을 달리고 있고 지난해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했던 강원과 포항도 1~2차전을 모두 이겼다. 전남의 지난 1일 수원 원정 개막전 2-1 승리, 인천의 지난 10일 전북과 홈 경기 3-2 승리,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간신히 살아남은 상주의 10일 울산전 완승도 주목할 장면이다.
물론 1~2경기로 모든 것을 예단할 순 없다. 한 시즌은 38경기로 이뤄지고 초반 상승세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 K리그1에서 중하위권 팀들의 실력이 늘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 됐다. 전남이나 인천, 상주, 강원이 ACL 진출팀이나 전통의 강호 서울에 이긴 경기를 보면 결과만 좋은 게 아니라 내용도 훌륭했다. 이들의 비수 같은 ‘한 방’에 마음을 다소 느슨하게 먹고 있던 우승후보들이 봄부터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지난 겨울 오프시즌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K리그에선 1~2부 할 것 없이 겨울만 되면 감독 물갈이가 쉴 새 없이 이뤄졌다. 2012년 승강제가 도입된 직후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져 절반 가량의 사령탑들이 짐을 싸곤 했다. 다행히 2016시즌부터 이런 흐름에 변화가 일어났고 지난 겨울엔 기존 감독을 신뢰하는 구단들이 늘어났다. 전남만 유상철 감독이 새로 왔을 뿐이다. 물론 강원도 시즌 종료 직전 송경섭 감독을 선임했으나 원래 구단 강화부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연착륙하기에 큰 문제가 없는 감독 선임이었다.
승부의 세계에서 감독의 계약서는 어떻게 보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성적이 나쁘면 지도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먼저 떠난다. 하지만 우리 풍토는 기다림이 너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구단, 시·도민구단, 군팀이 감독 교체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포항, 경남, 인천, 상주 등 ‘언더독’이 만들어내는 초반 이변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차곡차곡 쌓이는 감독들의 경험과 선수단 조직력, 거기에 빈 곳을 채워주는 외국인 수혈(상주는 대표급 선수) 등이 어우러져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전북전을 마친 뒤 한 인천 관계자는 “이기형 감독이 코치 시절부터 3년을 재직하다보니 베스트 일레븐 만큼은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고 했다. 감독을 바꾸고 리빌딩하느라 걸핏하면 시즌 초반을 허비했던 예전과 달라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올해 K리그는 1~2부를 합쳐 또 한 번의 변혁기를 맞을 수 있다. 지자체 선거가 6월에 열리기 때문이다. 구단 사·단장은 물론이고 감독 자리도 정치적 바람에 휩쓸릴 수 있는 타이밍이다. 솔직히 시·도민구단의 탄생 배경을 볼 때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축구적인 관점도 제외되지 않았으면 한다. 2~3년간 K리그1이 감독을 존중하면서 다져놓은 재미있는 축구의 틀 말이다. 반대로 10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감독을 갈아치운 K리그2의 구단주들과 행정가들은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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