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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PD수첩` 김기덕+조재현 이어 직장내 미투 폭로..."피해자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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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PD수첩'. 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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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소연 인턴기자]

'PD수첩'이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을 고발한데 이어 직장 내 성폭력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미투(#MeToo) 운동을 집중 취재했다.

오는 13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에서는 지난 한 달간 제보가 들어온 평범한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사례를 조명한다. 'PD수첩'은 앞서 지난 6일,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김기덕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조재현의 추악한 이면에 대해 집중 조명해 충격을 안겼다. 이어 'PD수첩'은 유명 인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 성폭력 피해를 입은 평범한 여성들의 사례를 '직장 내 성폭력'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 편에서 다룬다.

제보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직장'이다. 전남CBS에서 일하던 강민주 피디는 두 차례 해고를 당했다. 수습사원이던 그녀가 상사의 성희롱에 문제 제기를 한 이후였다. 회사는 강 피디의 업무 능력을 문제 삼으며, 해고를 강 피디 책임으로 돌렸다. 수습평가 결과 채용 부적격으로 판정되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했을 뿐, 성희롱 신고에 대한 보복성 해고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취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강민주 피디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증거를 수집하며 대응을 잘 준비한 편이지만,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2차 피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노동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발생 후 피해자의 72%가 회사를 떠났다. 현재 강민주 피디는 복직을 요구하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대학원생 이혜선 씨. 이혜선 씨는 지난 2016년 11월 지도교수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바로 며칠 뒤 연구조교에서 해임되었고, 지도교수가 휴학 승인을 해주지 않아 제적까지 당했었다.

지도교수의 성추행 이후, 혜선 씨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학내 양성평등센터나 학과장과의 면담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해 가해자를 형사 고소했지만, 지도교수의 권력에 맞서 증언해 줄 동료도 없었고, 증거가 될 CCTV는 삭제된 상태였다.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되자, 가해자는 혜선 씨를 명예훼손과 무고로 역고소 했다. 성추행 피해 자체보다 더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PD수첩'이 이혜선 씨를 취재하던 와중에도 혜선 씨에 대한 가해자의 추가 역고소와 경찰서 조사 출석 요구는 계속됐다.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죄가 되는 현행법상, 피해자들은 어렵게 용기를 내어 '미투'를 외치고 나서도, 공익 목적의 ‘진실한 사실’임을 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처럼 피해자의 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역고소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김해에서 근무하는 임희경 경위는 작년 4월, 신임 여경의 성추행 피해를 듣게 됐다. 3개월 차 시보라는 불안한 처지에 신고할 엄두도 못 내고 있던 후배 여경의 고백에 임 경위는 면담 후 감찰에 신고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시작됐다. 신고를 도운 임 경위가 ‘좋은 자리’를 노리고 피해자를 부추겨 성추행 피해를 조작한 ‘꽃뱀’이라는 소문이 김해 전 경찰서에 퍼졌다.

같은 지구대의 상사는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할 수 있었던 사건을 키웠다며 임 경위를 공개적으로 질책했고, 동료들은 그녀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가해자는 임 경위의 업무상 약점을 잡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모두 임 경위가 피해 여경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겪은 일들이다. 결국 지난 1월, 임 경위는 공개 감찰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경을 도왔을 뿐인데 임 경위는 2차 피해의 당사자가 됐다. 심지어 1인 시위 이후에 그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담긴 허위 보고서가 경찰 내부에서 작성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조력자에 대해 조직적으로 괴롭힘이 가해진 것.

충격적인 사실을 고발했던 '미투'와 그 이후 더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이들의 이야기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한 고민을 담은 'PD수첩'은 오는 13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ksy70111@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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