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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DB 돌풍 우승 원동력, 선수단 하나로 묶은 '상범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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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가 경기 후 열린 우승 기념행사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KBL



[원주=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상범 매직’을 앞세운 원주 DB가 6년 만에 정규리그 왕좌를 탈환했다. 하위권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까지 차지한 원동력은 선수단을 하나로 묶은 이상범 감독(49)의 리더십이었다.

DB는 1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 서울 SK와 홈경기에서 69-79(15-21 18-21 15-22 21-15)로 패했다. 그러나 같은 날 2위 전주 KCC가 서울 삼성에 패하면서 남은 부산 케이티전 결과에 관계 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DB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2011~2012시즌 이후 6시즌 만이고 통산 5번째다. 오랜만에 경험한 우승에 선수단이 느낀 행복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환호와 함께 서로를 얼싸안고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리그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DB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꼴찌 후보’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애런 헤인즈가 컴백한 SK와 이정현을 영입한 전주 KCC를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반면 DB는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끈 가드 허웅이 시즌 종료 후 군입대했고 포워드 윤호영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했다. 김주성의 노쇠화도 뚜렷했다. 개막 미디어데이 때 각 팀 감독들이 꼽은 우승 후보에도 DB의 이름은 없었다. 이 감독도 “지난 시즌보다 선수 구성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DB의 경기력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개막 5연승을 내달리며 돌풍을 일으켰고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나갔다. 이후에도 DB는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며 초반 보여준 모습이 반짝 돌풍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시즌 막판에는 13연승을 내달리기도 했다. 연승 이후 거짓말처럼 4연패에 빠지며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DB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홈팬 앞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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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 이상범 감독이 정규리그 우승 기념 행사에서 선수들에게 헹가레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BL



마법같은 우승의 중심에는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을 ‘원 팀(One Team)’으로 만든 이 감독이 있었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DB 감독으로 부임하며 3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DB의 전력이 하위권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이 감독을 주목한 이들도 많지 않았다. 지난 2011~20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를 이끌고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뒤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이끌었지만 당시 KGC인삼공사와 DB의 상황은 너무나도 달랐다. 성적보단 리빌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동기부여와 다양한 활용법을 선보이며 경기력을 극대화했다. 체력적 문제를 노출한 김주성을 경기 후반 투입해 조커로 활용했고 2% 부족했던 두경민을 팀의 에이스로 성장시켰다. 주전 선수 외 식스맨들도 골고루 활용했다. 그저 경험을 쌓기 위한 출전이 아니었다. 선수 개개인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했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선수들의 장점으로 메웠다. 원활한 로테이션이 이뤄지면서 무명에 가깝던 김태홍과 서민수가 주전급으로 올라섰다. 외국인 선수 MVP가 유력한 디온테 버튼도 이 감독이 직접 면담을 하면서 가려운 구석을 긁어줬다.

이 감독은 항상 선수 개인이 아닌 팀을 강조했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에겐 가차없었다. 대표적인 예가 두경민이다. 두경민은 지난달 10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19분간 1득점에 그쳤다. 동료와 갈등을 빚은 두경민의 태업성 플레이였다. 이 감독은 가만있지 않았다. 순위 싸움에 있어 중요한 시기였지만 이후 4경기에 두경민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팀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이 감독의 강력한 메시지였다. 자신의 잘못을 깨우친 두경민은 곧바로 선수단에 사과했고 다시 경기에 출전해 좋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계기로 DB 선수들의 결속력은 한층 더 견고해졌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은 이 감독의 리더십은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제 DB의 시선은 통합 챔피언을 향하고 있다. KBL에 돌풍을 일으킨 ‘상범 매직’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빛을 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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