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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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프릭스 '에이밍' 김하람, 킹존 드래곤X '라스칼' 김광희가 논란 중심에 섰다. 두 선수는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나 쓸 법한 단어를 사용하며 사자(死者)를 조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김하람의 경우 팀의 어설픈 후속 대처가 여론에 불을 지폈다. 아프리카는 사과문을 통해 '김하람에게 적절한 내부 징계를 내리고 자숙 시간을 갖게끔 하겠다'고 전했지만, 그는사건 직후인 지난 8일 락스 타이거즈전에 선발로 나서 전 경기를 소화했다.약속한자숙 시간에 경기 당일은 포함되지 않는 듯했다.
설상가상 최연성 감독까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제가 책임을 지겠다'며 선수를 감쌌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소속 선수 바람막이가 되고자 했던 최 감독 의중은 이해하나, 시기적절하지 않은 처사였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뱉을 때는 한없이 가볍지만, 거꾸로 주워 담을 때는 더없이 무거운 것이 말이다. 수준이 저급할수록 더 그렇다. 5년이 지났음에도 포털 검색창 속 모 아이돌 가수 이름 옆에는 '민주화 발언'이 자동으로 뜬다.
아직 지지기반이 미약한 e스포츠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 더욱 민감해야 한다. 다른 메이저 프로 스포츠와 동등하게 대우받고 싶다면, 게임은 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기성세대 편견을 깨고 싶다면 종사자들은 경거망동한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선수는 리그를 대변한다. 선수의 품위가 곧 리그의 품격이다. 특정 종목이 아니라 모든 프로 스포츠에 통용되는 얘기다. e스포츠가 정말 스포츠라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차마 나열하기도 민망한 단어를 내뱉은 이가 아무런 제재 없이 선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그게 현재 해당 종목과 리그와 팀 수준이다.
열흘 전 김하람은 스스로를 '욕심 많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욕심 많은 선수'보다는 '일베 선수'로 대중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부디 후일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본인의 낯 뜨거운 주홍 글씨는 스스로가 새겼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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