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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프로젝트의 시작, 김학범호의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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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U-23 대표팀은 한국축구의 ‘가까운 미래’다. 장기적으로 뿌리를 단단히 하면서 A대표팀으로 올라가는 ‘가교’ 역할이다. 언제나 그렇듯 U-23 대표팀에서 활약한 여러 태극전사가 머지않아 A대표팀에서도 활동할 것이다.

새로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도 그 바람을 전했다. 그는 “U-23 대표팀은 A대표팀으로 가는 마지막 발판이다. 선수들은 충분히 A대표팀에서 뛸 능력을 갖고 있다. 얼마든지 주축이 될 수 있다. 내가 U-23 대표팀에서 할 일은 이들을 성장시켜 A대표팀으로 올리는 것이다. 잘 키우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김 감독의 출사표다. 그렇게 김학범호가 공식 출항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한국축구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및 2020 도쿄 올림픽 프로젝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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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의 출항은 본격적인 한국축구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및 2020 도쿄 올림픽 프로젝트 시작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기나긴 항해다. 그러나 곳곳에 암초가 있다. 더욱이 지도자는 성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그 잣대는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 김 감독이 말했듯, 막중한 책임감이 주어진다.

연령별 대표팀이 주요 국제대회 직후 사령탑이 교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연속성이 없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조금 달랐다. 대체로 2년 후 열리는 올림픽까지 연속성을 보장 받았다.

출전선수의 연령 제한 규정이 생긴 이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중 ‘재신임’을 받지 못한 경우는 1번(2002년 부산 대회의 박항서 감독) 있었다(2006년 도하 대회의 핌 베어벡 감독은 A대표팀과 U-23 대표팀 사령탑을 겸직했으며 2007 아시안컵 이후 사퇴했다).

기본적으로 김학범호의 항해는 2020 도쿄 올림픽까지다. 기본적으로 대한축구협회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위의 응원과 격려도 많다. 하지만 밝은 분위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다. 시험을 받을 때마다 여러 말이 응당 나오기 마련이다.

시험대에 자주 오를 수 있다. 그리고 1번째 관문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내용과 과정도 중요하나 결과로 답해야 하는 대회다. 기대치는 우승, 딱 하나다. 더욱이 선수의 병역 면제도 걸려있다.

김 감독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스스로 중간 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자칫 좋지 않은 결과물로 대회를 마감할 경우,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배수진이다. 김 감독은 “지도자는 성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 자신도 없었다면 이 힘들고 어려운 도전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보다 더한 악조건에서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라고 밝혔다.

1960년생의 김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것은 지도자 인생 중 처음이다. 어쩌면 마지막 일 수도 있다. 그의 말대로 힘겹고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모두가 6개월 뒤 아시안게임 금메달(남자축구 결승은 9월 1일)을 목에 걸고 귀국하기만을 바란다.

한국은 아시안게임마다 우승후보로 평가됐다. 그렇지만 번번이 쉽지 않았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역대 우승은 4번. 공동 우승 타이틀을 빼면, 2번으로 줄어든다. 1986년 서울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 모두 홈 이점을 가졌던 대회인 데다 무려 28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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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기까지 28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사진=MK스포츠 DB


결승 무대를 밟기도 쉽지 않았다.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결승 진출은 2014년 인천 대회가 유일하다. 준결승에서만 5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밀집 수비에 막히거나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어느 대회보다 변수가 많은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아를 호령하던 한국도 이제 옛말이다. 최근 10년간 AFC 주관 연령별 대회에서 우승은 2012년 U-19 챔피언십, 1번 밖에 없다. 더 이상 아쉽게 놓친 우승트로피도 아니다. 조별리그 탈락도 익숙해진 풍경이 됐다. ‘골짜기 세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 감독이 이끌 U-23 대표팀도 그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김 감독이 지닌 부담감도 크다. U-23 대표팀은 김학범의 팀이 아니지만 김 감독의 지도 아래 색깔을 내기 마련이다. 이전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비교해 제약이 많다.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는 감독과 U-23 대표팀의 ‘연속성’이 있었다. 김 감독은 0부터 시작이다. 하나하나 찾고 살펴야 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부족한 훈련기간은 가장 큰 어려움이다. U-23 대표팀은 A대표팀과 다르게 의무 차출 규정이 없다. 현실적으로 ‘대의’ 아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른바 ‘짬짬이 훈련’이다. 김학범호 1기도 오는 19일 소집한다. A매치 데이를 맞아 K리그가 쉬는 틈을 활용했다. 내셔널리그 혹은 U리그 팀을 상대로 두 차례 정도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기간에도 담금질을 할 계획이나 평가전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3장까지 고려해 실질적으로 ‘완전체’로 구성할 기간은 극히 짧다. 대회 직전에야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출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 정관상 아시안게임은 개막 2주 전부터 소집이 가능하다. 대한축구협회도 이 시기 평가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성적은 향후 김학범호의 추진체가 될 터다. 목표를 달성해야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나아갈 수 있다. 첫 고비부터 과제가 산적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준비에 소홀함은 없다. 김 감독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앞만 보고 전력으로 질주할 것이다. 나의 도전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것이다”라고 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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