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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다음 도전은 세계기록"...고다이라가 말하는 #이상화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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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강필주 기자] 고다이라 나오(32, 일본)가 라이벌이자 친구인 이상화(29, 스포츠토토)와의 우정을 비롯해 첫 금메달의 의미, 그리고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고다이라는 지난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이상화가 보유했던 기록(37초28)을 넘어선 올림픽 기록(36초94)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다이라는 다음날인 19일 오전 일본 매체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고다이라는 이 자리에서 꿈을 실현한 심경과 이상화와의 우정, 그리고 올림픽 등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가 레이스를 마친 후 울음을 터뜨리자 조용히 다가가 위로해줬다. 특히 고다이라는 이상화에게 "잘했어"라며 한국말로 말한 뒤 "여전히 당신을 존경한다"고 위로해줬다. 이상화도 고다이라에게 "나는 500m만 뛰었는데 당신은 1500m, 1000m까지 뛰었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양국 기자들에게 라이벌을 넘어선 우정으로 화제가 됐다. 이날도 당연히 이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일본 매체 '스포츠나비'에 따르면 고다이라는 이상화가 자신의 슬럼프 때 옆에서 함께 자리를 지켜준 친구라고 소개했다.

고다이라는 "상화는 내가 월드컵 데뷔 때부터 굉장히 잘 대해줬다. 연하지만 스케이트에 대한 생각이 훌륭하다. 나도 본받아야 할 것들이다. 정말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잘 되지 않아 경기장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그 때 그녀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것 같다. 그녀는 내게 와서 함께 울어줬다"면서 "그래서 어제 나도 상화의 마음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에게서 힘을 받아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런 보답이랄까. 그녀와의 우정은 꽤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울었던 시기는 잊어버렸다. 아마 소치 올림픽 이전 시즌의 하나였던 것 같다. 계속 좋지 않은 시즌이 이어졌고 스케이트가 무서워졌을 때였다. 그런 시기에 '이렇게 하면 좋다' 등의 조언을 해줘서 좋았다"고 이상화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또 고다이라는 "한국어는 정말 조금 할 줄 안다. '잘했어', '축하해요' 정도다. 이상화와는 '잘했어'만 한국말로 했고 나머지는 영어였다. 영어는 어렵다. 네덜란드어는 최근 네덜란드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많이 받았지만 최소한의 대답 정도만 할 수 있었다. 슬슬 단어량에 한계가 오고 있어서 좀더 공부를 하고 싶다"면서 "어제는 중국 매체로부터 취재요청을 받았다. 자기소개 정도는 중국어로 할 수 있다. 일본어는 아직 좋지 않다(웃음)"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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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이라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의 우정에 대해 "스포츠는 말이 필요없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는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스포츠의 궁극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서로의 문화와 단어를 알면 스포츠의 즐거움이 더 증가한다. 다른 나라 선수가 이 스포츠에 대해 어떤 생각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은 경기력을 높이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다이라에게 첫 올림픽 금메달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고다이라는 "메달 수여식이 내일(20일)이라 금메달은 없지만 하루가 지나도 내가 꿈에 그리던 것을 이룰 수 있어 아주 기쁘다"면서 "가족들과 아직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제 레이스 후 도핑검사를 마치고 숙소로 자정이 넘어 돌아왔다. 오늘 아침도 연락을 못했다. 가족들은 좋을 때나 안좋을 때나 성적 뿐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항상 인정해줬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금메달은 아주 명예로운 일이고 기쁜 일이지만 메달보다 내 자신 속에 이 메달을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메달 자체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메달은 주위분들에게 내가 싸워온 증거이기도 하고 여러분에게 지지해준 증거이기도 해서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소속팀인 아이자와 병원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고다이라의 아버지는 "지금 고다이라의 인격은 주위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고 어머니 역시 "사람과의 인연은 부러울 정도"라고 말할 정도라고 이 기사는 전했다.

고다이라는 "정말 사람들의 축복을 받은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자와 병원과 만남은 필연적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힘들 때 성적보다 내 꿈을 응원해준 것이 아이자와 병원이었다. 때문에 환자와 직원분들 등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사망한 친구 스미요시 미야코를 떠올리기도 했다. 고다이라는 "솔직히 그녀와 관련된 기억이 많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선수단 주장으로 레이스에 집중해야 했다"면서 "이런 말을 해도 좋을 지 모르겠지만 스미요시가 생전에 "나오가 금메달을 따면 내가 금메달을 딴 것과 같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스미요시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그 말을 올림픽 전에 듣고 구원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금메달을 땄다. 사실 본인 앞에서 '금메달 땄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정말 유감이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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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수단 주장이기도 한 고다이라다. 일본 주장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실제 일본선수단 주장 중 메달은 1988년 캘거리 대회 구로이와 아키라, 2014년 소치 대회 노르딕 스키 점프 남자 가사이 노리아키 딱 둘 뿐이었다. 구로이와는 남자 500m에서 동메달, 가사이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다.

이에 고다이라는 "솔직히 주장 타진을 받고 정말 수줍어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 약했기 때문이다. 또 주장이되면 금메달과 멀어진다는 말을 들어서 솔직히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유키 코치님이 '나오 밖에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주장으로서 내가 배울 것은 무엇일까라고 다시 생각했고 선수뿐만 아니라 미래가 어떨지 상상할 수 있겠다는 각오로 맡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다이라는 "그 후 더 이상 금메달 징크스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쓰지 않을 정도 스스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 실제로 경기를 마쳤기 때문에 다른 팀의 응원을 돌고 싶은 생각이다. 우선 오늘 열리는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를 제대로 관전하고 응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다음 도전에 대해 "역시 500m 세계기록을 갈아치우고 싶다. 시즌 마지막에 (캐나다) 캘거리에서 경기가 있다. 그 대회에 출전해 최대한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500m 세계신기록은 36초36를 기록한 이상화가 보유하고 있다.

또 고다이라는 4년 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계획에 대해 "아직 소속팀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타고 싶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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