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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부상 이겨낸 난 100점…알람 7개 모두 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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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 평창 ◆

"지금까지 아침, 점심, 저녁, 야간으로 알람을 7개나 켜고 살았다. 드디어 어제 경기가 끝나 알람을 모두 껐다. 지금은 다른 생각 안 하고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

19일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내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전설' 이상화가 자신의 심경을 담담하게 밝혔다.

이상화는 전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역대 3번째로 동계올림픽에서 3개 대회 연속으로 메달을 거머쥐었다.

레이스를 마친 뒤 펑펑 눈물을 쏟아낸 이상화는 "이제 끝났구나, 드디어 끝났구나 싶었다. 500m 경기가 끝나서 부담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슬픈 것은 아니었다"면서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은 말로 꼽았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하지만 이상화는 "대회를 앞두고도 '올림픽이 끝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마다 울컥했다"고 털어놓은 뒤 "어제 경기가 끝났지만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지금도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제 이상화는 자유인이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다. 이상화는 "지금까지 알람을 7개 설정하고 살았다. 새벽과 오전, 오후, 야간 등이다. 아침에 일어나고 낮잠을 자고 운동을 가고 또 낮잠을 자고 운동을 가는 일정"이라고 말하며 웃은 뒤 "하지만 이제 그 알람을 다 껐다. 이제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쉬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에 대한 뿌듯함과 조금의 아쉬움이다. 2014년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 이상화에게 "4년 뒤에 금메달 따실 거죠"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당시 이상화는 "제가 4년 뒤에도 딸 수 있을까요"라고 답한 바 있다. 그리고 그 4년 뒤의 질주가 끝났다. 이상화는 "소치올림픽 때는 제가 정상에 있었고 스케이트 타는 게 너무 쉬웠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이후 부상이 겹치면서 감을 잃었고 그 감각을 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힘든 시간을 버티면서 이 정도까지 끌어올렸다는 것 자체가 대견하다"며 은메달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이상화는 "일부러 어제 경기를 한 영상은 보지 않았다.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를 했기 때문에 후회가 많이 될 것 같아서다"라고 설명한 뒤 "만약 지금의 마음이 정리되고 나면 나중에 한번 볼 수는 있다"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역시 자신에게 100점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재활을 하며 좋아지는 저를 보며 '내가 아직 건재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 이상화는 "올림픽을 향해 점점 기록이 좋아지는 나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고 당연히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경기가 끝나고 1000개가 넘는 메시지를 받았다. 은메달에도 투혼을 보인 이상화에 대한 응원 문구다. '피겨 여왕' 김연아도 이상화에게 '이제 편히 내려놓고 푹 쉬고 만나자'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일단 그녀를 짓누르던 평창올림픽의 부담은 사라졌다. 이상화는 남은 올림픽 기간 쇼트트랙 계주와 아이스하키장을 찾아 한국 선수들을 응원할 예정이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는 어머니와 함께 캐나다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일은 이상화의 생일이다.

이제 사람들의 시선은 '이상화의 질주를 볼 수 있느냐'에 쏠린다.

이상화는 "일단 능력이 있다면 4년 뒤 베이징올림픽까지는 아니더라도 1~2년은 더 타는 것이 맞는다"고 말하며 "만약 1~2년을 더 탄다면 정말 재미있게 스케이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4번의 올림픽, 그리고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세계신기록과 이번에 깨지기는 했지만 한때 올림픽 신기록 보유자. 이상화는 "저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한국 단거리에도 이런 선수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한 뒤 "사실 남았죠 뭐"라고 자문자답을 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강릉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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