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여자 쇼트트랙 1500m 금메달'완전체 최민정' 프로젝트 결실
허벅지 집중 단련, 근육 3㎏ 늘려… 지옥의 3바퀴 남기고 바깥쪽 추월
'500m 실격' 의식해 왼손도 안써… 경쟁자보다 10m 더 달리고 우승
엄마 편지 보며 안정 얻는 최민정 "금메달 땄어, 이제 가족여행 가자"
'최민정 부스터' 발동 - 최민정이 17일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서 폭발적 속도로 트랙의 바깥쪽을 돌고 있다. 체력 소모가 크지만 최민정은 순발력·근력을 모두 갖춰 과감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 /오종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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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은 다른 선수들과 신체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장기인 스피드를 앞세운 '바깥 돌기'에 성패를 걸었다. 선두로 나선 다음 마지막 2바퀴는 따라오는 선수도 없었다. 우승 기록(2분24초948)은 2위인 중국 리진위(2분25초703)보다 0.755초나 빨랐다. 올림픽 공식 기록 측정을 맡은 오메가 측은 "1위와 2위 선수의 거리를 재려고 설치한 장치는 1.5m 이내만 재게 되어 있다. 따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민정과 리진위의 거리는 9m 정도였다"고 밝혔다. 3위는 캐나다의 킴 부탱(2분25초834)이었다. 올림픽 통산 금 4개를 딴 전이경 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은 "아웃코스를 탄 최민정은 다른 선수들보다 5~10m를 더 달렸다"며 "자신감이 없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모험적 전략"이라고 했다.
최민정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지옥의 마지막 3바퀴'를 평균 8초대(바퀴당 8초93)에 달렸다. 2~4위를 한 리진위(9초18), 킴 부탱(9초30), 김아랑(9초23)보다 한 차원 높은 속도였다. UPI통신은 "레이스 막판 최민정이 압도적 경기력을 보였다"고 전했다.
2014년 국가대표가 된 최민정은 2015년과 2016년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선 6위로 부진했다. 이때부터 최민정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루 2~3시간씩으로 늘려 폭발적 힘과 속도를 낼 때 필요한 속근(速筋)을 강화했다. 속근은 수축 속도가 빨라 순발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근육이다. 지구력 운동에 도움이 되는 지근(遲筋)과 대비된다. 단거리 육상 황제였던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도 속근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최민정은 1년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대퇴부 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워 근육량을 3㎏ 늘렸다"고 말했다.
'완전체 프로그램'을 소화한 최민정은 남자 선수들과 매일 아이스링크를 300바퀴 돌았다. 박세우 대표팀 코치는 "멀리서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최민정의 스피드가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압도적 경기력의 비결에 대해 최민정은 "노력"이라고 말했다. 최민정의 모교인 서현고 정용주(44) 빙상 감독은 "민정이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극한 순간에도 결승선 앞에서 다리를 어떻게 뻗을지 생각했다"면서 "훈련도 코치가 짜주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이, 치밀하게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최민정은 앞서 500m에서 실격했던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올림픽선수촌에 들어오기 전 어머니에게 받은 편지가 큰 의지가 됐다. 올림픽 시작 수개월 전부터 딸을 위해 절을 찾은 어머니는 "즐겁게 하자.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겠어"라고 썼다. 최민정은 "어렸을 때부터 내 경기가 끝나면 엄마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며 "엄마가 써 준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엄마, 나 금메달 땄어. 우리 이제 가족 여행 가자"라고 말했다.
1000m, 3000m 계주를 남겨 놓은 최민정은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진선유(30)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 이룬 단일 올림픽 3관왕에 도전한다.
[강릉=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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