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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의성 마늘밭 언니의 독한 눈빛, 대한민국이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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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여자 컬링팀 '안경 선배' 김은정… 차가운 카리스마에 팬들 열광

냉정한 눈빛으로 선수들 지휘

세계 1위, 2위, 4위 잇달아 꺾고 아시안게임 金 내준 중국에 설욕

주전 4명, 인구 5만 의성 출신… 칠판에 '컬링할 사람' 취미로 모여

코치·선수 모두 김씨 '팀 킴' 별명

"가야 돼! 가야 돼! 헐~ 헐~ 헐(Hurry· 빨리 빗질하라는 뜻)!"

18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5차전 한국과 중국 경기. 한국 대표팀의 스킵(주장) 김은정(28)이 빗질하는 동료 선수 김초희와 김경애를 향해 고함치는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안경 너머 하우스(표적판)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매, 카랑카랑한 경상도 사투리로 팀을 지휘하는 목소리.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김은정의 매력에 반했다"며 열광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 때 '배구 여제' 김연경의 박력 있는 스파이크와 화끈한 세리머니에 여성 팬들이 열광했다면, 이번 평창의 '걸 크러시' 주인공은 컬링 여자 대표팀의 스킵 김은정이다. 걸 크러시는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반하는 감정을 뜻하는 말이다.

조선일보

패러디물 쏟아지는 김은정의 얼음 표정 - 15일 오전 강릉 컬링센터에서 캐나다와 벌인 예선전에서 신중한 표정으로 컬링 스톤을 다루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큰 사진). 누리꾼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김은정의 표정을‘안경 여신’‘빙판 위 고양이’등 각종 패러디물로 만들어 쏟아내고 있다(오른쪽 위부터). /송정헌 기자·cesttout1 트위터·Youjaeman69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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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상대를 압도하는 김은정의 카리스마를 매력 포인트로 꼽는다. 김은정은 싸늘하고 냉정한 눈빛으로 스톤을 바라보다가, 스톤이 손을 떠나면 동료 선수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한다. 주장으로서 팀을 지휘하는 리더십, 상대팀 기(氣)를 죽이고 팀원을 독려하느라 누구보다 크게 외치는 목소리 등이 "예민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이다. 경기장을 찾은 김모(29)씨는 "김은정 선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미소 한번 보이지 않는다"며 "냉정하고 날카로운 모습이 승리를 향한 집념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멋졌다"고 말했다.

각종 패러디와 별명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은정은 인터넷에서 '안경 선배'로 통한다. 고교 농구를 소재로 한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한 캐릭터가 안경을 써서 '안경 선배'라는 별명이 있는데, 여기서 시작된 말이다. 특히 김은정이 리드를 맡은 김영미에게 스윕(sweep·빗질)을 명령하면서 외치는 "영미! 헐! 헐!"에 중독됐다는 반응도 줄을 잇는다. 여성 팬들은 "나도 은정 언니의 영미가 되고 싶다"며 트위터 닉네임(별명)을 '영미1, 영미2, …' '영미 중의 영미' 등으로 짓고 있다.

대표팀은 김은정(스킵), 김영미(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초희(후보)와 김민정 감독까지, 모두 김씨로 구성돼 '팀 킴(TEAM KIM)'이라고 한다. 김초희를 제외한 주전 4명은 모두 마늘로 유명한 인구 5만4000여 명의 경북 의성군에서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컬링을 한 사이다. "의성에서 학교 끝나고 놀거리가 없어 컬링을 하게 됐다"는 김영미가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제일 먼저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갑내기 친구 김은정이 함께했다. 김영미의 친동생 김경애가 컬링장의 언니에게 물건을 갖다주다 얼떨결에 빗자루를 잡았고, 김경애가 교실 칠판에 '컬링 할 사람'이라고 적은 걸 보고 김선영도 함께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모르는 외신에선 한국 여자 컬링팀이 모두 같은 김씨인 점이 화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많은 외국인이 이들을 보며 모두 친자매냐고 묻는다"며 "이들이 서로 어떻게 부르는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여자 대표팀은 18일 중국전에서도 12대5로 쾌승하며 3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5대12로 져 은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어냈다. 세계 랭킹 8위 한국은 앞선 예선에서 1위 캐나다와 스위스(2위), 영국(4위)을 줄줄이 꺾고 예선 4승 1패로 일본과 공동 2위에 올라 4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10팀이 참가하는 여자 컬링은 풀리그 방식으로 각 팀이 9경기를 치른 다음, 상위 4팀이 4강 플레이오프를 치러 메달을 결정한다.




[강릉=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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