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기자간담회 앞에 선 정현(22·한국체대·삼성증권 후원·29위)은 당당했다. 하지만 깍듯한 이미지도 그대로였다.
2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정현의 그랜드슬램 4강 진출 축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현은 지난달 열린 2018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천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에서 한국인 최초 메이저대회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3회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플를, 16강에서는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노박 조코비치를 세트스코어 3-0으로 누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8강에서도 테니스 샌드그렌을 3-0으로 꺾고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첫 그랜드슬램 4강 진출에 성공했다.
"2018 호주오픈"에서 한국 역사상 최초로 4강에 오른 정현의 기자 간담회가 2일 오전 서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진행됐다. 정현이 케이크에 촛불을 끄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서울)=천정환 기자 |
하지만 4강에서 만난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를 만났지만, 힘과 경험면에서 열세였다. 더구나 2세트 도중 물집이 잡힌 발바닥 상태가 악화되며, 결국 기권하고 말았다.
물론 대단한 업적이다. 이날 공식적으로 기자간담회에 선 정현은 당당했다. 호주 오픈을 통해서 극찬 받은 인터뷰 스킬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정현은 겸손한 태도에도 당당하게 이날 기자 간담회에 임했다.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정현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가 공개됐다. 특히 테니스키즈들은 정현에 대한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물론 그 역시 테니스 키즈였다. 페더러와의 4강전을 앞두고는 과거국내에서 열렸던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현 세계랭킹 1위)의 대결 당시 볼키즈로 활약했던 정현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정현도 “그런 기회가 있단 것 만으로도 감사했다. 그 때만 해도 한 코트에서 경기하는 날을 생각하지 못했다. 은퇴하기 전에 같은 코트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사실 볼키즈를 할 때 첫 1시간은 세계적인 선수를 눈앞에서 본다는 게 정말 좋았는데 이후 2시간은 힘들어서 징징대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도 내겐 대단한 기회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무엇보다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건 정현 입장에서도 반갑다. 정현은 “사실 인천공항에 그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진 몰랐다. 개인 SNS 친구도 늘어나고 있다”며 “어린 선수들은 이게 맞는 건가 많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뚜렷한 생각을 만들기 시작하면, 어른들 좋은 조언을 귀담아 듣으면서도 걸러내면서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옆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데,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어 내 기준에 아닌 것 같다고 하면 스스로 걸러내려고 한다”고 ‘정현 키즈’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랜드슬램 4강에 올랐지만, 정현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일단 발바닥 부상은 미친듯한 회복력으로 좋아졌다. 정현은 “다음주부터 정상적으로 훈련이 가능하다. 훈련을 시작하면 일정도 나올 것 같다”며 “갑작스럽게 4강에 들어 천천히 목표를 재설정해야 하지만, (우승)가시권이라고 생각하고 언젠가는 시상대에 오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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