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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정현, 어릴 적 우상 넘어 새별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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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 선수 첫 그랜드슬램 단식 8강 ‘새 역사’

2018 호주오픈 4회전 조코비치 3-0 격파

2년 전엔 0-3 패배…이번엔 체력 정신력 앞서

조코비치 “정현은 벽 같았다”

세계 97위 테니스 샌드그런과 4강 격돌

이길 경우 2위 페더러와 격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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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22일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4회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상대로 멋진 리턴샷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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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일입니까?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 간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를 능가할 수 있는 아시아 선수가 나온 거라고 보면 됩니다.”(박용국 SPOTV 해설위원 겸 NH농협은행 스포츠단장)

“축구는 우연히 이길 수 있지만, 테니스는 실력이 안 되면 이길 수 없는 것입니다. 아시아 선수가 저 나이에 저 경험에 전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를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죠. 정말 대단하네요.”(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정현(22·세계 58위·한국체대)이 22일 저녁(현지시각)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호주달러·약 463억원) 남자단식 4회전(16강전)에서 자신의 어릴 적 우상인 노박 조코비치(31·세계 14위·세르비아)를 세트점수 3-0(7:6<7:4>/7:5/7:6<7:3>)으로 누르고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썼다. 한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대회 단식 8강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 이후 또 한번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매세트 1시간이 넘는 랠리, 그리고 3세트까지 3시간22분 동안의 접전이었다.

정현은 1981년 유에스(US)오픈 여자단식의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역시 유에스오픈 남자단식의 이형택이 기록한 한국 선수 그랜드슬램대회 단식 최고 성적 16강을 뛰어넘었다. 이번 대회 8강전 상대는 세계 97위인 테니스 샌드그런(27·미국)으로 정해져 4강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샌드그런은 이날 16강전에서 세계 5위 도미니크 팀(25·오스트리아)을 세트점수 3-2(6:2/4:6/7:6<7:4>/6:7<7:9>/6:3)로 눌렀지만 무명에 가깝고, 정현보다 랭킹도 낮다. 4강에 오르면 세계 2위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 만날 가능성이 높아 또 한번의 빅매치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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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를 잡은 정현이 코트에서 팬들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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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경기 뒤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그는 장내 아나운서의 질문에 영어로 “조코비치는 어릴 때 내 아이돌이었다. 그를 따라 한 덕분에 (날카로운 샷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조코비치보다 젊기에 체력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웃었다. 경기 뒤 조코비치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현은 마치 벽(Wall) 같았다. 인상적이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또 “정현은 남자프로테니스 랭킹 톱10에 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그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는 그에게 달려 있다. 너무 열심히 하고, 훈련이 잘 돼 있고, 멋진 녀석이고, 조용하기 때문에 그를 많이 존경한다”고 치켜 세웠다.

정현은 2016년 호주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는 당시 세계 1위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던 조코비치를 맞아 경험 부족으로 세트점수 0-3(3:6/2:6/4:6)으로 졌지만 이번에는 완전 물오른 기량으로 압도하며 감격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이날 승리로 44만호주달러(약 3억7000만원)의 상금도 확보했다.

정현은 2015년 윔블던 주니어부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한 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이형택 선배의 성실함과 조코비치의 강한 정신력을 닮고 싶었다. 한국 남자 세계 최고랭킹(2007년 8월 이형택의 36위) 기록을 깨고 싶다. 조코비치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는데, 20대 초반의 나이에 자신의 우상을 넘어 세계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하게 됐다.

정현은 앞서 지난 20일 3회전에서는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를 3-2(5:7/7:6<7:3>/2:6/6:3/6:0)로 제압하고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조코비치는 이날 경기를 보고 정현에 대해 “기본기가 잘 갖춰졌다. 약점이 별로 없는 선수”라고 칭찬하며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았는데, 결국 지구촌 테니스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호주오픈 사나이’(6회 우승)답지 않게 쓴잔을 마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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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 때의 정현.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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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지난해 11월 21살 이하 8명의 차세대 기대주들이 출전한 남자프로테니스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한 뒤 자신감이 충만해져 이번 호주오픈에서 잠재력을 다시 폭발시키고 있다. 세계 10위 이내 선수를 꺾은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박용국 해설위원은 “오늘 정현이 조코비치의 좌우 코너를 찌르는 스트로크를 빠른 발로 막아내는 등 굉장한 코트 커버 능력을 보여줬다. 세계 정상급 리턴 기술을 보여줬다. 체력과 정신력도 조코비치보다 우위였다”고 칭찬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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