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팝인터뷰①]박은석 "내 필모그래피에 '역적'…배우로서 행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사진=민은경 기자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연극계에서는 ‘박은석’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박은석은 ‘옥탑방고양이’로 연극계 데뷔한 후 5년여의 시간동안 차근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 ‘2016골든티켓어워즈’에서는 티켓파워를 인정받아 ‘연극 남자배우’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높은 편이 아니었다. 대중매체에서 만나는 그는 얼굴도, 이름도 낯설었다. 하지만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속 오묘한 분위기의 미술교사,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속 야망 큰 기업 회장의 아들 역 등으로 차근히 존재감을 드러내 왔고,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을 통해 사극 연기도 가능함을 증명했다. 때문에 작품을 마치고 만난 그는 홀가분하면서도 밝은 표정이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끝나서 시원섭섭해요. 그 전에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하고 있었으니까 한 해가 지나갈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는데, 잘 마무리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에요”

‘역적’은 우리에게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으로 익숙한 홍길동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문학적 인물이 아닌 실제 역사 속 기록된 홍길동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고, “임금은 바꿀 수 있다”는 최종회 대사처럼 시의성 높은 묵직한 메시지와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웰 메이드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리고 박은석에게는 생애 첫 사극 도전작이기도 했다.

“제가 한복을 거의 입어본 적이 없으니까, 나의 그런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그런 걱정이 있었어요. 또, 전 늦게 투입됐으니까 선배님들이 하시는 부분들을 미리 쭉 봤거든요. 잘하시는 선배님들이 이야기를 끌고 오시는데, ‘내가 저 화면에 들어가면 어울릴까’라는 기대 반 걱정 반, 그런 마음이었죠”

“처음에는 엄청 어색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도 그 분위기에 융화가 되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뒤처지지 않고 꾸역꾸역 따라간 것 같아요. 한복 입은 모습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걱정 많이 했는데, 너무 이질적이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헤럴드경제

사진=민은경 기자


그럼에도 그는 “당분간 사극은 못 할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사극에 출연한 배우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반응. 아무래도 현대극 촬영보다 체력적으로 고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지방 촬영도 많고, 익숙하지 않은 의상 역시 조금 더 불편함을 감수하게 했다.

“스케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저는 공연을 같이 하고 있다 보니까 왔다 갔다 하면서 차 안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많아서 그 점이 힘들었어요. (스케줄 조정을 잘 해줘서) 밤을 새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용인 같은 곳에서 새벽 2시에 끝나고 다음 날 첫 씬이 6시면 사실 밤새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렇게 찍고 저는 또 공연하러 가고. 그런 부분이 힘들었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온 박은석은 곧바로 연극 ‘프라이드’에 합류했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긴 했어도, 사전에 약속했던 부분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하기로 했다는 설명. 또한 박은석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후속작으로 ‘역적’을 선택하며 두 작품 연속 악역을 맡게 됐다. 극 중 수학은 조참봉(손종학 분)과 박 씨 부인(서이숙 분)의 외아들로, 부모에게서 ‘강상의 도’를 주입식으로 교육받은 인물.

“사실 ‘또 악역이냐’는 말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했어요. 그런데 배역이 좋은데 굳이 그런 걸 따질 필요가 있을까 싶었고, 사극과 현대극이라는 차이도 있었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민효상과 ‘역적’의 수학은 기본적인 백그라운드의 차이도 있으니까요. 세상에 한 가지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또 악역이라고 해서 일부러 악역이 된 인물들도 아니고. 어떤 캐릭터든 굳이 (선역과 악역을) 구별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정당성을 찾고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인물로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헤럴드경제

사진=민은경 기자


휴식기도 없었다. 캐릭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악역 포지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역적’이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수학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내 아버지가 노비에게 살해당했다’는 설정 하나 가지고 이 캐릭터를 풀어 나가기 충분한 정당성이 있으니까, 그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어머니가 서이숙 선배님이시니까, 그것만으로 이 캐릭터를 맡아서 이끌고 갈 명분이 있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애정, 그리고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신뢰가 느껴졌다.

그렇다면 작품의 결말은 마음에 들었을까. 그는 박 씨 부인과 수학이 극 말미 노비로 전락한 것을 언급하며 “수학이가 노비가 된 건 저도 놀랐지만, 그 연기를 하면서 제일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위로 올라가려고 노력을 했는데, 결국 몰락했잖아요. 그 몰락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진부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전쟁터에 나가서 죽거나, 자살하거나, 왕에게 목이 베어 죽거나 한 게 아니라 끝까지 발버둥 쳤고 그렇게 해서 살아남았는데 노비가 된 거예요. 재미있잖아요”라고 말했다.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표현할 부분이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배우에게는 매력적이었다.

“낫 들고 주인마님을 찾아가는 장면도 상징적이고 좋았던 것 같아요. 종방연 때 들었는데, 사실 그 장면은 거의 편집될 뻔했던 장면이었어요. 너무 장난 같기도 하고, 너무 뜬금없어서요. 그런데 그 앞에 수학이 어머니를 잃은 장면이 너무 잘 표현돼서, 수학이 낫을 들고 가는 게 정당성이 생긴 거예요. 앞 씬이 잘 나와서 그 다음 씬까지 그 감정이 연결됐기 때문에 수학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정당성이 생긴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편집하려고 했던 걸 안 하고 수학이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갔다고 하더라고요. 저야 감사하죠. 아니었으면 수학이는 그냥 어머니 잃고 끝났을 텐데. 깨우침까진 아니더라도, 옥에 들어가서 수학이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났을 거예요”

헤럴드경제

사진=민은경 기자


그렇게 ‘역적’이라는 작품에 참여하며 얻은 것은 무엇일까. 박은석은 ‘역적’을 통해 연기의 폭이 넓어진 것과 좋은 제작진, 배우들과의 관계를 얻었다고 밝히며 “좋은 작품이 제 커리어에 일부분이 됐다는 건 배우로서 굉장히 큰 행복이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역적’은 배우 박은석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나의 첫 사극이죠. 생각보다 너무 일찍 찾아온 사극”(웃음)

“정말 웰 메이드죠. 이 시대를 반영하고 이 시대의 거울이 된 웰 메이드 드라마. 드라마가 이렇게 작품성 있기가 힘들 수도 있잖아요. 소재, 내용이 비슷한 드라마들이 많으니까요. 그 안에서 이런 드라마에 참여할 수 있고, 나름 중요한 배역을 만나서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감사해요. 촬영할 당시는 힘든데 그만큼 퀄리티가 나오고 있으니까, 그것만으로 프라이드가 생기는 거죠. 누가 봐도 역적은 잘 만들었으니까”

(인터뷰②에서 계속)

popnews@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POP & heraldpop.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