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메이저' 최연소 우승 김시우 "다음 목표는 올림픽 출전하는 것"]
'싱글 골퍼' 아버지따라 골프 접해
"모든 기본기 아버지에게 배워… 쇼트게임은 지금도 믿고 따라"
"내 이름 뜻은 '베풀고 도우라'… 우승 상금 등 조금씩 기부할 것"
수화기 너머 들리는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자 김시우(22)의 목소리는 차분한 그의 표정을 닮아 있었다. 느릿하면서도 또박또박한 말투에선 좀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25일(현지 시각) 개막하는 PGA 투어 딘 앤드 델루카 인비테이셔널(미 텍사스주 포트워스) 출전을 앞둔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시우의 '포커페이스'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당시 화제가 됐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표정 변화가 없는 게 신기하다"는 골프팬이 많았다. 그는 "아버지가 마흔 살에 얻은 아들이라 그런가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경기 중에 남들보다 덜 떨리는 것 같다"고 했다.
김시우는 좀처럼 얼굴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지난 15일 PGA‘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퍼팅 때도 그랬다. 지난해 가을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차분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김시우. 그는“낙천적인 성격이라 남들보다 덜 떨고 경기한다”고 말했다. /골프다이제스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섯 살에 처음 골프를 접한 김시우는 지금까지 아버지 김두영(62)씨의 지도를 받고 있다. 김시우는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갔다가 긴 막대기로 공을 맞히는 짜릿한 느낌이 좋아 골프를 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내 기본기는 모두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했다.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다 사업을 접고 김시우의 '전담 코치겸 매니저'로 활동하는 아버지는 '재야의 골프 고수'로 통한다. 김씨는 프로 생활은 해본 적이 없지만 핸디캡이 싱글 수준이다. 골프 보는 눈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국내 골프에는 아버지가 첫 스승인 선수가 많지만 김시우처럼 오랜 기간 아버지에게 배우고, 이처럼 큰 대회 챔피언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김시우는 올해 초에야 타이거 우즈의 전 스윙 코치인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션 폴리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프로치나 퍼팅 등 쇼트게임은 아버지의 지도 영역이라고 한다. "한국 선수 중에는 저처럼 아버지에게 지도받는 선수들이 종종 있어요. 머리가 크면 다른 코치를 구하기도 하는데, 저는 아버지 말씀대로 하다 보니 계속 성적이 잘 나와요. 지금도 제일 믿고 따릅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관심을 끈 그의 '집게 그립(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퍼터 샤프트에 끼우는 방식)'도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지난 4월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189만달러(약 21억3000만원)를 받은 그는 17일 대한골프협회와 PGA 투어에 1억원씩 총 2억원 기부를 약속했다. 그는 "제 이름 시우(施佑)는 불교 신자인 할머니가 '베풀고 돕고 살라'는 뜻으로 지어주신 것"이라며 "국가대표 시절부터 도움을 준 협회와 내게 우승 기회를 준 PGA 투어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거액 상금을 받은 다음 날에도 비행기 이코노미석(일반석)을 이용해 다시 한 번 외신의 눈길을 끈 그는 "이코노미석에 탔다는 것만으로 주목받았으니 앞으로 더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시즌 중 그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텍사스주 댈러스 집에서 지낸다. 쉬는 날에는 '하늘이'와 '별이'란 이름의 강아지 두 마리와 산책하는 게 취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기도 하다. 축구 게임(FIFA)을 하는 것도 좋아한단다. 2014년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한 그는 이번 학기는 투어 활동으로 출석이 어려워 휴학 중이다.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역대 최연소(만 17세 5개월 6일) 합격, 한국인 PGA 투어 챔피언 5명 중 최연소(만 21세 2개월) 우승 등 가는 곳마다 '소년 장원' 행진을 벌이는 그의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하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건 없으니까요."
[김승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