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저속 잠수함 선발' 전성시대 비결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KIA 타이거즈 선발 임기영이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 진행된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3회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 광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때 자취를 감췄던 사이드암 투수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고구속이 시속 140㎞대 초반에 머무는 ‘저속 잠수함’들이 선발로 활약하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저속 잠수함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투수는 KIA 임기영(24)이다. 시범경기에서 선발경쟁에 뛰어들어 자리를 잡은 뒤 4경기에 선발등판해 3승 방어율 2.00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130㎞대 중후반에 형성되는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으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팔꿈치 수술 후 돌아온 한현희(24)도 빠른 공 대신 완급조절과 제구로 27일 현재 방어율 1위(1.03)에 올랐다.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는 넥센 신재영(28)도 네 차례 등판에서 방어율 3.70으로 선전하고 있다. ‘초보 선발’인 kt 고영표(26)는 최근 3연패에 빠져 다소 침체됐지만 개막 초반 인상적인 투구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했다. SK 박종훈(26)도 최근 2연승을 달리며 ‘저속 잠수함 전성시대’에 힘을 보탰다.

스포츠서울

1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간계투로 평가받던 잠수함 투수들이 선발 주축으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차명석 본지 객원기자(MBC스포츠+ 해설위원)는 “조웅천(현 두산 코치)이 체인지업을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좌타자에 대한 약점을 극복할 구종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아래에서 던지는 투수라 마운드가 낮을수록 유리한데 각 구장 마운드 높이가 수 년째 10인치(25.4㎝)로 고정된 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잠수함 투수 출신인 kt 김진욱 감독은 “타자들의 성향에 따라 투수들도 유행을 타기 마련이다. 우투좌타가 유행처럼 퍼지면서 각팀에 좌타자들이 주축이 됐을 때 상대적으로 좌완 투수들을 확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좌타자들이 좌투수를 많이 상대하면서 내성이 생겨 이른바 좌우놀이의 효용성이 떨어졌다. 되려 좌타자들이 볼 궤적이 생소한 잠수함 투수들을 더 까다로워하기 시작했다. 잠수함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능력이 향상된 점도 주효했다. 이런 흐름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

2017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MBC스포츠+ 손혁 해설위원은 “2볼에서도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옆에서 던지는 슬라이더는 좌타자가 볼 때 손에서 빠지는 순간 볼로 판단한다. 임기영이나 신재영 등이 좌타자를 상대로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지면 타자들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의식해 스윙을 시작하면 체인지업으로 더 도망가도록 던진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변화구여도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해 던진다는 점도 잠수함 투수가 가진 장점이다. 하나의 구종으로 땅볼 유도와 헛스윙을 모두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수들이 선발로 나서다보니 투구수를 줄여 긴 이닝을 막아낸다”고 밝혔다.

넓은 스트라이크존과 타자들의 적극성도 완급조절을 주로 하는 잠수함 투수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선발 경험이 적은 투수들이라 고비가 찾아오겠지만 당분간 ‘저속 잠수함’들의 순항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투수 전문가들의 공통의견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