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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SK코치인줄 알았는데 “저 83번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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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로도 뛰는 포수 허웅

한국일보

허웅 프로야구 SK 플레잉코치가 2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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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SK와 LG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리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 경기 전 그라운드 한 편에서 SK 포수조는 박경완(45) 배터리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등 번호 83번을 단 선수도 포함됐다.

보통 코칭스태프는 70번 이상의 높은 숫자를 단다. ‘저기 83번이 누굴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실제 등 번호의 주인공도 코치였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SK 퓨처스팀(2군) 배터리코치로 변신한 포수 출신 허웅(34)이었다.

허웅은 포수 자원이 부족한 팀 사정상 올해 플레잉코치를 맡기로 했다. 그래서 코치 계약을 하고 83번을 달았지만 ‘예비 자원’으로 분류돼 선수 등록도 마쳤다. 선수 시절 1군 출전 경기 수는 50경기에 그쳤을 만큼 빛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묵묵히 땀을 흘리고, 더그아웃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쉴새 없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등이 구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허 코치는 퓨처스팀이 있는 인천 강화도를 떠나 시범경기 동안 1군에서 ‘외도’를 한다. 주전 포수 이재원, 백업 김민식의 뒤를 잇는 세 번째 포수로 지난 22일 두산전에 처음 선발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방망이와 개인 장구류 등은 자신의 것이 없어 동료들의 장비를 매일 빌려 사용하고 있다.

이날 경기 때는 김성현의 방망이를 빌렸다. 두산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을 상대한 결과는 2타수 무안타 1삼진. 허 코치는 “공이 빠른 외국인 투수였기 때문에 다소 가벼운 김성현 방망이를 썼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서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김동엽의 배트를 썼어야 했는데…”라고 곱씹었다.

또한 허 코치는 “플레잉코치로 계약하고 유사 시에만 선수로 활용될 것으로 생각해 미처 경기에 나갈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며 “그래서 갖고 있던 방망이, 손목 보호대 등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나눠줬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어 “계속 빌려 쓸 수는 없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방망이를 빨리 주문해야겠다”면서 “후원해줄 수 있는 후원 업체는 꼭 연락바랍니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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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웅 플레잉코치.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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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은 1군 경기장에 와있지만 마음은 대만 2군 스프링캠프부터 함께 했던 제자들이 있는 강화도에 가있다. 허 코치는 “지금 1군에 올라온 목적이 비상 상황을 대비해 배터리 호흡, 사인, 수비 포메이션을 맞춰보기 위해 온 것이라 오래 있을 거라 생각은 안 한다”며 “여기로 오면서 1주일간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캐칭에 대해 이해시키고 집중적으로 그 부분을 훈련하라고 메시지를 줬다”고 설명했다.

플레잉코치로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아직도 야구장에 나와서 뛰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제자들과 뛰어다니고 소리지르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1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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