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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팝업] "우린 백핸드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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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 백핸드 장기인 선수들과 동영상 찍어

테니스에 '한손 백핸드' 부활… 그간 나달 등의 파워에 밀려

조선일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의 부활과 함께 ‘한 손 백핸드’가 다시 테니스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BNP 파리바오픈 준결승전에서 강한 백핸드로 공을 받아치는 페더러. /AP 연합뉴스


'우리는 남성 그룹 '백핸드(backhand) 보이스'입니다. 멤버를 모집하고 있어요.'

지난 18일(이하 한국 시각)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6·스위스)의 페이스북엔 이런 글과 함께 1분38초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에서 그는 테니스 스타인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6·불가리아), 토미 하스(39·독일)와 함께 피아노 앞에 서 있다. 세 사람은 유명 음악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미국의 전설적 밴드 '시카고'의 명곡 '하드 투 세이 아임 소리'(Hard to say I`m sorry)를 열창한다.

전공이 테니스인 이들이 가수로 데뷔하는 걸까. 정답은 '아니요'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한 손 백핸드를 장기로 한다는 것이다. '백핸드 보이스'란 이름도 유명 보이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스'에서 따왔다. 경기 스타일이 비슷한 선수끼리 팬들을 위해 작은 이벤트를 만든 것이다.

최근 세계 테니스는 '한 손 백핸드의 부활 시대'라 할 만하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같은 양손 백핸드 파워 플레이어에게 밀려 한동안 기를 펴지 못했던 이 기술이 다시 세계무대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대표 주자가 바로 페더러다. 전성기 시절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는 '테니스를 예술의 경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화려하고 날카로웠다. 한때 부상 등으로 주춤했지만, 그는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커리어를 다시 쓰고 있다.

팔을 길게 뻗을 수 있는 한 손 백핸드는 커버 범위가 양손 백핸드보다 넓다. 대신 백스윙 궤도가 커서 빠른 공에 대처하는 데 약점이 있었다. 박용국 NH농협은행 감독은 "페더러를 비롯한 한 손 백핸더들이 백스윙을 간결히 하고, 한 템포 빨리 공을 공략하면서 기존 단점을 보완했다"며 "여기에 다양한 샷을 구사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열린 '제5의 메이저 대회' BNP 파리바오픈(미 캘리포니아 인디언 웰스) 결승전에도 한 손 백핸드를 쓰는 페더러와 스탄 바브링카(스위스)가 맞붙었다. 결과는 페더러의 2대0 승리. 지난해 US오픈과 올해 1월 호주오픈, 이번 파리바까지 최근 치러진 '메이저급' 3개 대회를 모두 한 손 백핸더가 석권했다. 페더러는 64강전부터 치른 토너먼트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을 만큼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이 대회 정상만 다섯 번 오른 페더러는 우승 후 "난 여전히 회복 중이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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