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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프로야구 FA등급제 시행 더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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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포츠통]

FA 보상선수 규정 탓 김승회 이우민 등 권리 포기

선수협은 연봉 따라 보상 차등화 원하지만

구단은 등급제와 함께 계약금 상한제 일괄 도입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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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뒤 나란히 에프에이(FA) 자격을 얻었으나 김광현(왼쪽)과 김승회(오른쪽)가 처한 현실은 다르다. 에스케이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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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28)과 김승회(35)는 올해 에스케이(SK) 와이번스에서 같이 뛰었다. 두 투수는 시즌 뒤 똑같이 자유계약(FA) 신분이 됐지만 처지는 많이 다르다. 김광현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에프에이 승인 신청을 한 반면, 2003년 프로에 데뷔해 14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될 자격을 갖춘 김승회는 눈물을 머금고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김승회는 “내년에 재도전하겠다”고 말하지만 현재의 보상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내년에도 권리 행사는 요원할 듯하다. 30대 중반의 김승회를 영입하기 위해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를 보상으로 내줄 구단은 아마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적이나 연봉 등에 따라 보상제도를 차등화하는 에프에이 등급제가 프로야구 안팎에서 계속 입길에 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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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위나 프로야구선수협회나 에프에이 등급제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김광현 같은 A급 선발투수든, 김승회 같은 나이 든 불펜 요원이든 에프에이 보상 규정이 일률적으로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에프에이 보상 규정은 해당 에프에이 선수의 전년도 연봉 200% 또는 보호선수 20명 외 1명, 혹은 해당 에프에이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300%로 정해져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김광현, 양현종, 최형우, 차우찬 등이라면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을 내줘도 괜찮은 투자일 수 있으나, 김승회나 이우민(FA 포기)을 영입하기 위해 선수를 내주는 출혈은 꺼려질 수밖에 없다. 유망주 유출로 오히려 마이너스 투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프에이 권리를 잘못 행사하면 자칫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다. 2006년 차명주·노장진, 2010년 최영필·이도형이 그랬다. 일본프로야구는 팀 내 연봉 순위에 따라 보상 등급을 A, B, C등급으로 차별 적용하고 있는데 C등급의 경우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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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에프에이 등급제에 따른 세부적인 의견 조율에서 야구위와 선수협회의 생각이 다르다는 데 있다. 보상제도만 완화하는 데는 구단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위는 에프에이 등급제와 더불어 계약금 상한제를 시행하기를 원한다. A급 선수의 경우 계약금을 ‘전년도 연봉의 300% 이하’ 같은 식으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에프에이 몸값 폭등을 부추기는 것이 계약금인데 역대 에프에이 최고액(4년 96억원)을 기록한 박석민(NC)의 경우 계약금만 56억원이었다. 올해 에프에이 1호 계약자인 김재호의 계약금도 20억원(총액 50억원)이었다.

현재 프로야구 계약금은 2회(1회는 계약 후 30일 이내, 나머지는 리그 종료 후 30일 이내)로 분할 지급된다. 연봉의 경우 성적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을 때 감액 규정에 따라 일정 부분 구단이 부담을 덜 수 있으나 계약금은 계약 후 1년 내 지급이 완료돼 해외 원정 도박 등 불미스런 일로 계약이 해지된 안지만의 경우처럼 선수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돌려받을 길이 거의 없다. 정금조 야구위 육성운영부장은 “계약금을 사실상 일시금으로 주고 있는 상황에서 구단 부담감이 계속 가중되고 있다. 안지만 사건 이후 계약금을 일시불로 주는 것에 대한 경각심도 생겼다”며 “에프에이 등급제 시행과 더불어 계약금 상한제 등을 통해 과도하게 설정돼 있는 몸값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야구위가 내세우는 에프에이 등급제에 의한 계약금 상한제는 A급 선수들의 양보를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전년도 연봉의 300% 이하의 계약금’을 올해 A급 에프에이 선수들에게 적용시킬 경우 김광현은 25억5000만원, 양현종은 22억5000만원, 최형우는 21억원의 계약금(최대)밖에 받지 못한다. 계약금을 낮추는 대신 연봉으로 총액을 맞춰줄 수는 있겠으나 이때는 ‘성적 부진 시 2군행에 따른 연봉 감액 규정’이 선수들을 껄끄럽게 한다. 선수협회가 에프에이 등급제와 함께 ‘2군 감액 규정’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이유다. 특별한 부상이 없는데도 팀 체질 개선 및 세대교체 명목으로 구단들이 고액 연봉자를 2군에만 두는 편법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엘지 이병규(9번)나 두산 홍성흔이 이런 이유로 2군에 머물면서 올해 깎인 연봉을 받았다. 연봉 감액 규정에 대해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을 내렸으나 ‘성적 부진 시 감액 규정’은 그대로 존속됐다.

김선웅 선수협회 사무국장은 “선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바탕으로 에프에이 등급제를 시행하되 설령 계약금이 줄더라도 불합리하게 연봉이 감액되는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협회는 보상선수가 아닌 신인 지명권 등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에프에이 등급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인 지명권 양도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적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선수협회는 이와 별도로 에프에이 취득 연수 단축, 부상 선수에 대한 에프에이 일수 보장 등을 원하고 있다. 에프에이 등급제, 계약금, 그리고 2군 감액 규정은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씨줄날줄처럼 얽혀 있다. 구단의 의견을 대변하는 야구위, 선수의 총의를 모으는 선수협회 모두 일정 부분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등급제 실시는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야구위와 선수협회는 현재 중간 합의점 도출을 위해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는데 자칫 논의가 길어질 경우 법적인 싸움도 예고된다. 김 사무국장은 “야구위가 불합리한 규정을 강요하는 부분이 있다. 12월에 야구위 쪽으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선수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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