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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황재균 김병현의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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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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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29)은 서울 사당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 출신인 어머니 설민경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해(1999년) 5월 30일 김병현(37·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메이저리그 승격 3일 만에 첫 세이브를 따냈다.

상대는 뉴욕 메츠. 8-7로 한 점 앞선 엄중한 상황이었다. 8-7의 스코어면 타격전이다. 점수가 많이 나는 분위기에선 어느 투수도 타선의 압박을 견디기 힘들다. 더구나 9회말 상대해야할 타선은 2번부터였다. 마운드의 김병현은 이제 갓 스무살이었다.

첫 타자 에드가르도 알폰조 중견수 플라이. 한숨을 돌렸다. 다음은 3번 타자 존 올러루드. 첫 타자와 달리 좌타자다. 언더핸드 김병현으로선 부담스러운 조합. 올러루드는 전년 홈런 22개와 3할5푼4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1999년에도 홈런 19개와 2할9푼8리의 고감도 방망이를 과시했다.

한번 삐끗하면 동점인 상황. 첫 세이브 상황서 실패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다. 김병현은 올러루드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마이크 피아자. 산 넘어 산이었다.

김병현은 볼 카운트 2-2에서 피아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완벽한 마무리였다. 김병현이 두 팔을 번쩍 드는 순간 황재균은 사당초등학교의 진흙 운동장서 내야 펑고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전체 25위에 올라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황재균은 지난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를 노크했으나 실패했다. 올해는 일 년을 ML서 뛴 이대호(93위)보다 월등히 높은 순위다.

김병현은 KIA에서 방출돼 다른 팀으로 이적을 원하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관심을 보였지만 한화 프런트는 불가 방침을 결정했다.

본인은 "국내든 해외든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가고 싶다"며 현역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1군 무대 전무, 2군인 퓨처스 리그서 1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7.35를 기록한 노장 투수에게 눈길을 주는 구단을 찾기란 힘들어 보인다.

김병현은 2001년 19세이브 11홀드를 올리며 팀의 중심 투수로 자리 잡았다. 그해 다이아몬드백스를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듬해엔 36세이브를 기록하며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후 급속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2012년부터는 국내 무대(넥센, KIA)에서 뛰었다. 황재균은 올해 홈런 26개를 기록했다. 지난해(12개)보다 배 이상 많은 숫자다.

정확성(타율 0.290, 2015년 0.321)은 잃었지만 파워의 증가는 오히려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한 사람은 메이저리그로, 또 한 사람은 기약 없는 낭인으로. 처지는 달라졌지만 두 선수 모두 야구를 계속했으면 좋겠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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