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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축협, 벤탄쿠르 '손흥민 인종차별' 발언 중징계 임박 "최대 5개월 출전 정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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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징계 수위에 이목이 쏠린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영국 매체 '스퍼스웹'은 23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손흥민 인종차별 발언 인터뷰를 조사하고 있다. 벤탄쿠르에게 출전 정지와 벌금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알렸다.

이어 "토트넘은 최대한 벤탄쿠르와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FA가 어떤 결과를 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심판인 로저 기포드가 비슷한 발언으로 5개월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게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영국 매체 '더 타임스'도 "FA가 손흥민을 향한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다. 선례를 봤을 때 3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 7,500만 원) 벌금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가 말한 선례는 에딘손 카바니게 내려졌던 징계다.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카바니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에게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썼다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해석되어 FA로부터 3경기 출장 정지, 벌금 10만 파운드 처분을 받았다. 카바니는 인종차별이 아닌 애정이 담겨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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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탄쿠르와 가장 비슷한 사례는 지난 2020년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다. 실바는 팀 동료 뱅자맹 멘디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 징계를 받았다.

당시 실바는 멘디의 어린 시절 사진과 함께 '누군지 맞춰 보라'는 문구를 적어 SNS에 올렸다. 문제는 옆에 스페인 초콜릿 브랜드 마스코트를 덧붙인 것. FA는 흑인의 피부색을 초콜릿과 비교하면서 인종차별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실바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게시물을 지우며 "요즘은 친구와 장난도 못 친다"고 했지만 FA는 인종차별이라 봤다.

벤탄쿠르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15일 벤탄쿠르의 아시아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입밖으로 나왔다. 우루과이에서 자국 방송 프로그램인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답했다.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다. 아시아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인 인식이 깔린 것이다.

팬들은 곧바로 벤탄쿠르 SNS를 찾아가 비판했다. 벤탄쿠르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빠르게 사과문을 올렸다. "내 형제인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정말 나쁜 농담을 했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다만 사과문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 버전으로 손흥민을 향해 사과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24시간 뒤에 삭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고, 손흥민 애칭인 SONNY도 스펠링 SONY로 틀려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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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료애보다 무지가 앞섰다. 국내는 물론 영국 매체들도 벤탄쿠르의 손흥민 인종차별을 심도 있게 보도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손흥민이 지난 시즌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 도중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토트넘은 공싱 성명서를 내고 인종차별자를 공개 규탄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진상조사에 나섰다.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을 한 팬은 3년 축구장 출입 금지에 60시간 사회봉사, 1,384파운드(약 243만 원) 벌금 징계를 받았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래틱', 영국 매체 , 'BBC', '미러' 등 유력 외신들도 일제히 이 일을 진지하게 다뤘다. 또 다른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의 앨러스디어 골드 기자는 "벤탄쿠르는 손흥민에게 절대 해선 안 될 말을 했다. 정말 멍청했다. 정말 끔찍한 사고방식이다"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영국 내 인권단체까지 조사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최근 유럽 축구에서 인종차별은 민감한 사항이다. 인종차별을 하면 감옥까지 가는 시대다. 얼마 전 스페인 라리가에선 실형을 받은 팬도 나왔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어에게 인종차별을 한 발렌시아 팬 3명에게 실형 8개월이 선고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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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까지 들고 일어났다. 영국 매체 'BBC'는 "인종차별 자선 단체인 '킥잇아웃'이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 손흥민에게 한 인종차별 인터뷰 제보를 많이 받았다. 이에 '킥잇아웃'은 벤탄쿠르 발언에 관한 보고서들을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보냈다"라고 밝혔다.

20일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용서한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토트넘도 구단 공식 SNS에 입장을 내비쳤으나 팬들의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비단 손흥민 개인에 대한 모욕이 아닌 아시아인 전체가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20일 자신의 SNS 에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대화했다. 벤탄쿠르는 실수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벤탄쿠르가 내게 사과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인 의도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는 다가올 프리 시즌에 다시 모여 '원 팀'으로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뒤늦게 토트넘 역시 구단 공식 SNS를 통해 공개입장을 알렸다. 벤탄쿠르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차별 방지 교육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토트넘은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며 "주장 손흥민이 논란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하겠다. 글로벌 팬과 선수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구단과 사회에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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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태는 일단락되지 않았다. FA가 징계까지 논의하자 벤탄쿠르는 한 번 더 사과했다.

벤탄쿠르는 22일 자신의 SNS에 2차 사과문을 올렸다. 이번엔 24시간 후 사라지는 글이 아니었다.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언급했다. 오해가 있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손흥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안타까운 오해였단 걸 이해해줬다. 손흥민과는 해결했다. 하지만 내가 한 말에 불쾌한 감정을 느낀 사람이 또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난 손흥민말고 다른 사람을 언급하진 않았다. 누구를 불쾌하게 만들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진정한 사과보단 변명과 오해였다는 글로 가득했다. 팬 여론은 더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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