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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 남의 나라 얘기’… 뒤늦은 빚투 확산 ‘증시 뇌관’ 우려 [코스피 5000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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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 남의 나라 얘기’… 뒤늦은 빚투 확산 ‘증시 뇌관’ 우려 [코스피 5000시대]

속보
독일 베를린에서 총격 사건으로 5명 부상
<중> 오천피의 그늘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일부 특정주 쏠림
자산 중 30% 이상 해당주 투자 16.2%뿐
미보유자, 아예 활황장 온기 체감 어려워
한달새 하락 종목 503개, 상승은 421개

증시 양극화 확대, 고위험 투자로 이어져
추가 상승 기대하고 추격 매수 자금 유입
신용잔고 2025년말 27조서 올해 30조 육박
조정 국면 매물폭탄 땐 지수 폭락 가능성
“결혼 자금 때문에 주식을 전부 처분했는데 지수가 천정부지로 오르네요.”


30대 예비 신부 A씨는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를 지켜보며 밤마다 잠을 설친다. 신혼집 마련과 예식 비용을 치르기 위해 보유 자산을 대부분 현금화했는데 이후 지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폭등하는 자산 시장에서 홀로 소외됐다는 박탈감은 갈수록 커졌다. A씨는 “고소득자가 아닌 맞벌이 월급만으로는 매달 갚아야 하는 신혼집 전세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버겁다”며 “결혼식이 끝나면 주식 계좌를 트고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B씨(30대)에게도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의 포트폴리오 중 비중이 높은 제약·엔터주는 여전히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B씨는 “일부 기술주만 올랐을 뿐이지 정부가 말하는 대로 시장의 체질이 변한 건 아니지 않냐”면서도 “올해는 적금 비중을 줄이고 신용융자를 받아서라도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피 상승분 절반이 ‘삼전·하닉’

코스피가 사상 첫 5000 시대를 열었지만 반도체 등 일부 주도주에만 매수세가 집중되는 극심한 쏠림 현상 탓에 개인 투자자들의 소외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지수 상승분이 소수 대형주에만 집중되면서 시장 전반에 온기가 확산하지 못한 결과다. 이에 뒤처진 수익률을 만회하거나 뒤늦게라도 상승장에 편승하려는 심리가 겹치며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해 향후 증시 조정 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부터 두 배가량 뛰었지만 특정 종목 쏠림은 심화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23일 기준 1년 전에 비해 95.91% 상승했다. 전체 시가총액은 2056조889억원에서 4125조5551억원으로 2000조원 넘게 증가했는데, 이 중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합산은 약 1000조원 늘어 상승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전체 시총에서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23.4%에서 35.4%로 확대했다. 이런 쏠림 구조 탓에 해당 종목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로서는 활황장의 훈풍을 체감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실제 투자자들의 계좌를 들여다보면 이들 주도주에 올라탄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A 대형증권사에 의뢰해 고객 계좌를 분석한 결과, 자산 100만원 이상 고객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지수 추종 상품(KODEX200·KODEX레버리지) 보유금액이 전체 주식 보유자산의 30% 이상인 비중은 16.2%에 그쳤다. 자산의 절반(50%) 이상을 이들 종목에 집중한 투자자 역시 11.5%에 머물렀다. 특히 20대(13.0%)·30대(12.4%)의 30% 이상 보유 비율이 60대 이상(20.1%)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청년층이 느낀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컸음을 시사했다. 최근 한 달 사이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에도 하락 종목(503개)이 상승 종목(421개)보다 많았다.


◆30조 ‘빚투’ 하락장 뇌관 될라


증시 내 양극화의 확대는 빚을 내서라도 수익률을 좇으려는 고위험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뒤늦게라도 상승장에 편승하려는 심리가 쏠리면서 빚투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일 기준 29조821억원으로 30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지난해 7월 21조원대였던 신용잔고는 연말 27조원대로 올라선 뒤, 새해 들어 불과 3주 만에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단기간에 지수가 급등하자 추가 상승을 기대한 추격 매수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특정 업종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은 현 장세에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증시 급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용매수는 주가가 일정 수준 하락하면 반대매매(강제청산)로 이어질 수 있어, 단기간 급등한 지수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며 낙폭을 키우고 손실을 확대하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라 업황이 꺾이면 전체 상장사 이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업종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도체가 무너지면 지수가 다시 크게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현재 상승장은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유동성과 기대감 위에 쌓아 올린 결과라며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에 급등한 증시는 조정 국면에서 하락 폭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확실한 주도주가 아닌 종목에 빚을 내 투자할 경우 손실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어 투자는 본인의 수익 내에서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민·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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