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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줄서는 맛집이 꼭 맛있는 건 아니다

조선일보 안병익 '식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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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줄서는 맛집이 꼭 맛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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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줄이 늘어선 식당을 보면 반사적으로 발길이 멈춘다. 줄이 길다는 사실 자체가 맛의 증명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줄 서는 식당이 맛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줄은 종종 마케팅의 결과이고, 유행의 산물이며, 때로는 의도된 연출이다.

요즘 ‘맛집’은 입소문보다 알고리즘이 만든다. 유튜브 한 번, 방송 한 컷이면 평범한 식당도 순식간에 성지가 된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이미 ‘유명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그리고 줄을 서서 기다린 시간만큼 기대치도 함께 올라간다. 문제는 그 기대치가 맛보다 앞선다는 데 있다.

포털 노출은 균등하지 않고, 클릭과 체류 시간이 곧 평가가 된다. 유튜브와 숏폼 역시 다르지 않다. 강한 제목과 과장된 리액션은 조회 수를 올리고, 조회 수는 다시 기대치로 포장된다. 이 과정에서 식당의 줄은 콘텐츠의 연장선이 된다.

줄이 길어지는 데에는 심리적 요인도 크다. 다수의 선택을 따라 하며 소외되지 않으려는 밴드웨건 효과(동조)와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베블런 효과(과시)가 동시에 작용한다. 여기에 기다린 만큼 만족을 느끼려는 매몰 비용 효과도 겹친다. 실제로 그저 그랬다고 느끼면서도, 기다린 수고가 아까워 스스로를 설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식당은 이 구조를 잘 안다. 좌석을 줄이고, 회전을 늦추고, 예약을 받지 않는다. 줄은 희소성을 만들고, 희소성은 곧 가치로 인식된다. 이는 미각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기법과 마케팅의 문제다.

실제로 많은 손님은 ‘검색된 맛집’에 실망한다. 전국 10세 이상 59세 이하 1281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맛집 검색 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경로는 포털·블로그(73.8%)였다. 이어서 소셜 미디어(48.7%), 지인 추천(41.7%), 방송(24%) 순이다. 응답자의 94.1%가 추천 맛집을 갔을 때 실망했다고 답변했고, 이유로 ‘기대 이하의 맛(83.7%)’을 들었다.


물론 줄 서는 식당 가운데 진짜 맛집도 많다. 그러나 줄이 곧 맛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위험하다. 맛은 통계가 아니라 경험이고, 유행이 아니라 개인의 감각이다. 진짜 좋은 식당은 화제성보다 꾸준함과 맛으로 기억된다.

오히려 말없이 오랜 자리를 지키며 단골을 쌓아온 식당 가운데 진짜 맛집이 많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다. 유행처럼 스쳐 가는 마케팅 맛집이 아닌, 꾸준한 노력과 맛으로 승부하는 진짜 맛집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안병익 ‘식신’ 대표

[안병익 '식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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