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the 깊은 인터뷰
이인섭 마크비전 CEO 인터뷰
브랜드 지식재산권 침해사례 적발
이인섭 마크비전 CEO 인터뷰
브랜드 지식재산권 침해사례 적발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에서 WEEKLY BIZ와 만나 대담을 나누고 있다. 그는 “(마크비전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넘어 온라인 시장 전반에서 브랜드의 가치와 신뢰도, 경제적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
짝퉁 시장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에 오랫동안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다. 최근에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동원되면서 짝퉁의 세계는 더욱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 지식재산권청(EUIPO)이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위조 및 불법 복제 상품의 국제 교역량 규모가 4670억달러(약 6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교역액의 2.3%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런데 이런 위조 상품 시장을 되레 기회로 삼아 글로벌 기업들의 민간 경찰 역할을 맡은 스타트업이 있다.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재학 중이었던 이인섭 대표가 미국에서 창업한 AI 기반 IP(지식재산권) 통합 솔루션 업체 ‘마크비전’이다.
마크비전은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AI 플랫폼인 ‘마크AI’를 활용해 전 세계 1500개 이상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라오는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를 24시간 탐지·분석하고, 증거 수집부터 신고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지난해에만 약 2100만건의 위조 상품을 잡아냈다. 2024년(640만건)보다 7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런 탐지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세계적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마크비전의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W사와 글로벌 가전기업 D사까지 고객사로 합류했다. WEEKLY BIZ는 지난 9일 서울 서초구에서 이인섭 대표를 만나 승승장구하고 있는 마크비전의 구상을 들어봤다.
◇AI 기술로 짝퉁 잡아내는 ‘민간 경찰’
-마크비전의 AI 기술은 어떻게 작동하나.
“크게 3단계로 나눠진다. 우선 IP 침해 사례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과정이 핵심인데, 이를 ‘탐지’라고 부른다. 자체 개발한 AI 딥러닝 기반의 텍스트·이미지·동영상 인식모델과 제품 탐지 기술을 활용, 120개국 1500여개의 이커머스·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수십만 개의 웹사이트를 24시간 모니터링한다. 두 번째는 ‘소명’ 단계다. 탐지된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 가짜(위조) 의심 사례가 왜 문제가 되는지 각 플랫폼에 일일이 소명하는 작업이다. 마크비전은 지난해 기준 5000만건의 소명 자료를 작성했는데, 대부분 AI가 처리했다. 만약 수작업으로 처리할 경우 한 건당 약 1시간이 걸려 총 5000만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상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AI가 작성한 소명 자료를 첨부해 플랫폼에 신고서를 제출한다. 신고서가 접수되면 보통 48시간 이내에 플랫폼에서 답변이 오는데 성공률이 99%에 육박한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이 필수일 것 같은데.
“마크비전은 구글과 ‘TCRP(Trusted Copyright Removal Program)’라는 공식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구글 TCRP는 불법 콘텐츠 복제 및 유통 방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IP 보호 프로그램이다. TCRP 파트너에게는 구글 웹사이트에 불법 게시된 콘텐츠를 더욱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별도 솔루션이 제공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신고서를 제출하면 5초 안에 처리가 끝나는 셈이다.”
-일련의 과정이 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내나.
“예를 들어 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50만원짜리 제품을 15만원짜리 위조품으로 올려놓기라도 하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에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서로 연동돼 있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가격을 끌어내리기도 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브랜드의 허락 없이 리셀러(재판매 업자)가 임의로 가격을 낮춰 파는 ‘그레이마켓’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모든 문제를 찾아낸다. 단순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넘어 온라인 시장 전반에서 브랜드의 가치와 신뢰도, 경제적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것이다.”
◇“제품 이미지 95%가 AI로 생성”
-IP 침해도 AI를 통해 이뤄진다고 들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커머스 사이트의 제품 상세 페이지(상품 설명) 가운데 75%가 AI로 만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AI로 만든 상세 페이지의 제품이 더 잘 팔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착용 이미지도 모두 AI가 만들어낸다. 머지않아 제품 이미지의 95% 이상이 AI로 생성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AI로 손쉽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위조품을 팔거나 무단 판매를 하는 이들에게는 큰 이점이다. 신고를 당해도 금세 다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적발될 것을 알면서도 버젓이 올리는 이유다. 그 결과 위조·사칭 사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다시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면, 완전히 제거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마크AI가 10만여 건의 침해 사례를 제거해도, 100만 건이 새로 만들어지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다 보니 ‘포화도’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소비자가 보는 화면에 위조 상품이나 이미지가 얼마나 노출되는지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품을 검색해도 첫 페이지만 본다. 첫 페이지에 100개의 목록이 뜬다면, 이 가운데 침해 사례가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따지는 식이다. 마크 AI는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보는 화면에서 침해 사례를 제거해 효과를 높인다.”
-어느 산업군에서 피해가 가장 큰가.
“패션·뷰티 브랜드가 입는 피해가 가장 막심하다. 소비가 가장 활발한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실제 고객사 대부분도 패션·뷰티 기업들이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들의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AI로 각종 콘텐츠가 대량 생산되면서다. 특히 딥페이크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는 팬들의 2차 창작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콘텐츠가 음란물로 변형되거나 기존 세계관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재가공되면 브랜드 가치가 크게 손상된다. 이런 이유로 AI로 생성된 디지털 콘텐츠를 어떻게 차단할지가 최근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브랜드·셀러·플랫폼·로펌이 함께 움직여야"
-K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나.
“미국 LA에서 지내다 보면 한국 브랜드의 위상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한국 IP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마크비전처럼 IP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한국을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환경도 처음으로 열렸다. 쉽게 말해 최근 화제를 모은 ‘K팝 데몬헌터스’ 같은 한국계 브랜드가 마크비전을 사용하면, 미국 브랜드들도 ‘저 회사는 좋은 회사구나’ 하고 인식을 달리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창업 이후 처음 겪는 변화다.”
-마크비전이 그리는 미래는.
“AI 시대에는 무분별한 정보가 범람하면서 IP 침해 위험도 커지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이런 환경에서 기업과 창작자의 가치를 지키고, 온라인 생태계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네 가지 핵심 주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브랜드, 셀러(판매자), 플랫폼, 그리고 로펌이다. 우선 개별 셀러가 규칙을 지켜야 건강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이커머스·소셜미디어 같은 플랫폼도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IP 보호는 브랜드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법의 영역이기 때문에 로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런 주체들이 마크비전이라는 기반 위에서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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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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