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최종 3국서 뒤집기 완승
신민준(왼쪽) 9단이 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을 꺾고 우승했다. /한국기원 |
신민준 9단이 5년 만에 LG배 정상에 다시 올랐다.
신민준(27)은 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을 백 218수 불계승으로 꺾고 종합 전적 2승 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2021년 첫 우승 이후 5년 만의 LG배 두 번째 정상 등극이다.
최종국은 앞선 1·2국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두 경기 모두 초반 주도권을 신민준이 잡았다면 이날 경기의 초반 흐름은 이치리키 쪽이었다. 흑을 쥔 이치리키는 초반부터 미세하게 안정적인 운영으로 우세를 쌓아갔다. 좌하귀에서 실수(백60수)가 나오면서 신민준은 주도권을 내줬고, 한동안 형세는 이치리키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승부의 흐름이 바뀐 것은 중앙이었다. 신민준이 우상귀 전투에서 이득을 거두자 이치리키가 손을 빼고 중앙을 노렸다. 그런데 이치리키가 장고 끝에 중앙에서 둔 흑 109수가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이 한 수를 기점으로, 우상귀에서 완전한 이득을 얻을 기회를 신민준은 놓치지 않았다. 신민준은 곧바로 중앙 전투에서도 기세를 잡으면서 형세는 단숨에 뒤집혔다.
이후 신민준은 무리하지 않았다. 시간도 여유 있게 남았다. 각 3시간씩 주어진 제한 시간에서 신민준은 1시간 넘게 남아 있었지만 이치리키는 초읽기에 들어섰다. 시간 사용에 실패한 이치리키는 팻감을 계속 교환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신민준은 중앙과 변에서 이득을 차곡차곡 쌓으며 끝내기로 들어갔고, 이치리키에게 반격의 실마리를 내주지 않았다. 승부는 그대로 신민준에게 넘어갔다.
이번 결승은 LG배 30년 역사상 처음 성사된 한국과 일본 국적 기사 간 결승전이었다. 신민준은 준결승에서 쉬하오훙(대만) 9단을, 이치리키는 디펜딩 챔피언 변상일 9단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신민준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 메이저 타이틀을 두 차례 보유한 기사로 이름을 올렸다. 2021년 중국의 커제 9단을 꺾고 처음 LG배를 제패한 이후 다시 한번 같은 무대 정상에 섰다. 신민준은 “1국에서 대역전패를 당하고 이번에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 힘든 대국을 이기면서 우승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졌을 당시에는 자책도 많이 하고 마음이 안 좋았는데 다행히 하루 휴식일이 있어서 잘 자고 컨디션을 최대한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이날 이세돌 9단도 신민준 9단을 응원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현장을 깜짝 방문했다. 신민준은 열네 살이던 2013년 당시 4개월간 이세돌의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사사(師事)를 하는 내제자 생활을 했다. 내제자는 바둑만의 고유한 후진 양성 방식인데 과거 이창호 9단이 조훈현 9단의 집에 내제자로 들어가 실력을 닦은 뒤 스승을 넘어 한국 바둑을 평정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은 LG배 3연패(連覇)에 성공했다. 28회 신진서, 29회 변상일에 이어 3회 연속 우승이다. 지난 대회까지 국가별 우승 횟수는 한국 14회, 중국 12회, 일본 2회, 대만 1회였는데, 한국은 우승 횟수를 15회로 늘렸다.
일본 국적 기사로는 LG배 첫 우승에 도전한 이치리키는 1국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기선을 잡았지만 2·3국에서 흐름을 지키지 못했다. 2024년 잉씨배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이룬 이치리키의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은 불발됐다. 이치리키는 일본 기전 7개 타이틀을 석권, 일본 바둑계 일인자 지위를 갖고 있다.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우승자에게는 상금 3억원, 준우승자에게는 1억원이 수여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3시간, 초읽기 40초 5회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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