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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도 미뤘는데…" 리니지 클래식, 사전 캐릭터 생성 첫날부터 '전쟁'

아시아투데이 김동욱 플레이포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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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도 미뤘는데…" 리니지 클래식, 사전 캐릭터 생성 첫날부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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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초 게임 시장을 뜨겁게 달군 '아이온2'가 화려한 그래픽과 세련된 시스템으로 엔씨소프트의 '기술적 건재함'을 과시했다면 오는 2월 7일 출시될 '리니지 클래식'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리니지 클래식은 최신 기술 대신 기억과 시간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리니지 클래식의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린저씨(리니지를 즐기는 아저씨)들은 지난 밤 이미 격렬한 전투를 치러냈다.

지난 14일 저녁 8시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클래식 사전 캐릭터 생성을 열자마자 준비된 15개 서버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모두 마감됐다.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이용자들은 이미 첫 번째 전장을 치른 것이다.

'리니지 클래식' 사전 캐릭터 생성의 열기는 흡사 인기 콘서트 티켓팅을 연상시켰다. 대기열을 새로고침하다가 잠깐 방심한 사이 매진. 누군가는 로그인 화면에서 튕겼고 누군가는 서버 선택 창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렇게 15개 서버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엔씨소프트는 즉각 반응했다. 15일 정오 5개 서버를 추가로 긴급 증설한 것. 2026년의 고사양 PC로 20년 전의 투박한 2D 도트 게임을 잡기 위해 이토록 처절한 광클이 벌어질 것이라 누가 예상했을까.


이번 사전 캐릭터 생성의 열기를 단순히 '향수'라는 말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리니지 클래식은 2000년대 초반의 리니지를 재현한 PC MMORPG다. 최신 그래픽도 아니고 편의성으로 무장한 게임도 아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투박하고 불친절하고 느리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몰렸다. 그것도 '게임이 재밌을지'를 따지기 전에 '어디 서버에 어떤 이름을 잡을지'부터 고민하면서.

서버가 열리자 이용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특정 서버로 쏠렸다. 과거 '데포로쥬'와 '켄라우헬'이 그랬듯 이름만으로도 상징이 되는 곳에 먼저 자리를 잡으려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접속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누군가는 집에서, 누군가는 회사에서 퇴근 시간도 미룬 채 '제발 한 자리만'을 속으로 외쳤을 것이다. 마치 명절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칸을 두고 도는 기분처럼 빈자리를 찾는 싸움의 시간이었다.

이 풍경은 몇 년 전 모바일 리니지M 초창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아이유', '지드래곤' 같은 유명인 이름부터 '빛', '신', '검', '용' 같은 짧고 직관적인 단어를 두고 선점 경쟁이 벌어졌고 일부는 이를 계정 거래로 연결시켰다.

리니지에서 이름은 언제나 캐릭터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다만 이번 리니지 클래식의 공기는 그때와는 또 조금 다르다. 지금 이 게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다수는 '린저씨'라 불리는 세대다. 20년 전 PC방에서 밤을 새우며 혈맹원 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군주 호출에 뛰어나가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이번 사전 캐릭터 생성은 기억을 예약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그 시절 불리던 군주 이름, 혈맹 이름 혹은 그때는 너무 치열해서 못 가졌던 닉네임을 다시 한 번 입력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은 같은 회사의 게임이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아이온2가 '지금의 엔씨가 어디까지 바뀌었는가'를 보여주는 현재진행형이라면 리니지 클래식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를 확인하는 회귀에 가깝다.

가격도 상징적이다. 월 2만 9700원. 20년 전과 같은 금액이다. 아직 게임은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많은 린저씨들은 각자의 이름으로 각자의 서버에서 마음속 자리를 먼저 차지해버렸다. 이 시작부터 꽤 리니지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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