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정재원
정재원이 지난 9일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한국체육박물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남강호 기자 |
다음 달 개막하는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은 스물다섯 살 정재원(강원도청)에겐 벌써 세 번째 올림픽이다. 첫 올림픽은 열일곱 살 때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나선 2018 평창이었다. 제대로 된 루틴도 갖추지 못한 채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선배 두 명과 팀을 이뤄 팀 추월 종목 은메달을 따냈다. 2022 베이징에선 개인 종목인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9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만난 정재원은 “두 차례 올림픽을 치르며 성장했다”면서 “메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생각은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에게 매스스타트는 여전히 까다로운 종목이다. 장거리 체력으로 레이스를 버티면서도 마지막엔 단거리처럼 폭발해야 한다.
작년 11월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에선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12위였던 그가 결국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앞이 막혀 있었고 자리가 쉽게 나지 않았으나 그대로 인코스로 밀고 들어가며 경쟁자들을 제쳤다. 마지막 400m를 22초 만에 주파했다. 그는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스스로 시험해봤다”며 “올림픽에선 견제가 더욱 심해질 텐데, 그런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매스스타트에선 특히 유럽 선수들을 중심으로 국가를 넘나드는 ‘연합 플레이’도 빈번하다. 정재원은 “국가가 달라도 같은 코치를 둔 선수들끼리 같은 그룹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 중에 끊임없이 판단하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를 마치고 나면 정말 정신이 없다”고 했다. 그의 가장 큰 경쟁자는 현 세계 챔피언인 안드레아 조반니니(33·이탈리아)다. 정재원은 “나도 평창 올림픽을 경험해봐서 개최국 이점을 잘 안다”며 “꼭 이겨내겠다”고 했다.
2년 전 결혼한 정재원은 선수촌 생활과 해외 대회 일정 때문에 아직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땐 한 달에 3~4번 아내 얼굴을 보고, 외국에 나가 있을 땐 그마저도 못 본다”며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엔 나 자신을 위해 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요즘은 아내를 떠올리며 경기에 들어간다”면서 “같이 고생한 아내에게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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