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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모두의 청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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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모두의 청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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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26일,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청년정책 추진 방향을 설정하는 문서다. 이 계획에는 ‘모두의 청년정책’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원활한 성인 이행이 보장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반가운 단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두의 청년정책’이 대체로 정책 공급의 양적 확대라는 맥락에서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부처가 청년정책 공급에 참여하겠다는 것, 저소득층이나 취약 청년, 대학생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정책을 일반 청년으로 지원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런 양적 확대 기조에서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청년 일자리 예산은 2003년 3612억원에서 2019년 3조7834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특별히 개선되지 않았다. 청년기본법 시행 이후 고용뿐 아니라 주거, 교육, 금융, 복지, 문화, 참여 등을 포괄하는 다차원적인 청년 문제 해법과 정책 의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청년이 정책 대상에 포함되는 사업을 모두 포괄해 청년정책 연간 예산을 발표하는데, 2021년 308개 과제 23조8000억원에서, 2025년 339개 과제 28조2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청년 예산은 아마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지만, 이른바 ‘청년 문제’의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모두의 청년정책’이라는 구호와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은 청년 예산의 크기나 지원 청년 수의 증가와 같은 관료제적 목표보다는, 정책 방법론과 철학의 문제다.

첫째, 청년 사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방식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정책을 한데 모아 정책의 규모가 커 보이게 하고 있지만, 300여개의 목록에는 ‘이게 청년정책이 맞는지’ 의문부터 드는 항목이 적지 않다. 청년정책을 강화했다는 안내와 체감 사이의 괴리를 청년들이 느낄 수 있으며, 부풀려진 액수는 오히려 청년 지원에 대한 불필요한 반감을 키운다. 2015년 서울시는 청년보장 계획을 통해 4대 정책 분야를 설정했고, 제2차 기본계획에 역시 일자리, 교육·직업훈련, 주거, 금융·복지·문화, 참여·기반이라는 5대 분야를 제시했다. 이러한 구분은 일자리 청년정책을 정책들 중의 하나로 수준 조정하는 의의가 있었으나, 10년 이상 흐른 지금에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청년정책이 청년의 각자도생과 원자화에 기름을 붓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현재의 정책은 청년을 둘러싼 환경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장기 과제보다는, 단기적으로 청년 개인에게 교육훈련이나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돼 있다.

이런 개인 지원의 패러다임은 청년들이 정책 사업을 자신의 생존이나 가성비를 위해 동원 가능한 자원으로 여기게 하는 문화로도 이어졌다. 그 결과 저소득 청년이 아니라서 수혜 대상이 되지 않았을 때 이를 ‘역차별’로 프레이밍하거나, 신혼부부가 정책 수혜를 최대화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현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우리 사회가 왜 청년정책을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청년정책의 제도화 과정에 역할을 했던 청년당사자운동은 그 이유를 청년기의 불평등 해소에서 찾아왔다. 청년세대 내부의 차이와 차별을 들여다보고 이를 해소하는 접근이 곧 모두의 원활한 이행에 도움 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해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청년정책 논의에서 세대 내 불평등에 대한 구조적 문제 제기 대신 ‘나도 어렵다’는 중산층 청년의 목소리가 더 강해진 느낌을 받는다. 문서 곳곳에 굵은 글씨로 쓰인 ‘일반 청년’이라는 모호한 표현은 이를 상징한다. 과연 모든 청년에게 국가의 직접적인 이행 지원이 필요한가. 어렵지만 사회적으로 함께 답해야 할 질문이다.

김선기 국립부경대 HK연구교수

김선기 국립부경대 HK연구교수

김선기 국립부경대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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