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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의 길위의 명상] 공연예술인, 누구의 피드백으로 성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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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의 길위의 명상] 공연예술인, 누구의 피드백으로 성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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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계에서 오래 일한 터라 예전부터 배우들이 일과 관련된 고민이나 잘 풀리지 않는 진로에 대해서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가 늘 있었다. 인터넷 미디어가 급속도로 발달한 지난 10년간, 필자는 꽤나 충격적인 대화를 많이 경험했다. 대강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배우: 선생님,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저는 왜 주역 자리로 가질 못할까요?

필자: 계속 배워서 실력을 길러야지.

배우: 배우고 있어요.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필자: 어떻게?

배우: 유튜브 영상 보면서 노래 연습하고 있어요.


필자: …그게 뭐가 배우는 거냐!

그럼 배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는 표정으로 필자를 쳐다본다. 그때부터 필자가 잔소리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한참 듣고 나서야 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아,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군요.”

그럼 필자는 덧붙인다. “아무한테나 받는 피드백 말고, 업계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 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한테 피드백을 받아야 해.”


인류가 이 땅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우리는 뭔가를 배워야 할 때 그 일을 잘 아는 사람을 보며 배웠다. 그 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시대마다 달랐겠지만 그는 어른이었을 거고, 윗사람이었을 거고, 스승이었을 것이다. 공연예술 분야의 가르침의 역사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도제 시스템 속에서 훈련받으며 성장해왔다. 윗세대가 이뤄놓은 기준을 보며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만의 무기를 연마하며 훈련해왔다. 우리나라 걸그룹의 원조인 ‘김 시스터즈’도 어머니이자, 가수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걸그룹 프로듀서인 가수 이난영의 혹독한 도제 시스템이 있었기에 당시에도 지금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엔터테이너가 될 수 있었다. 편집도 후시녹음도 없던 그 옛날, 오로지 실력만으로 무대에서 인정받은 그들은 그렇게 관객이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하는 밤하늘 높은 곳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연예술계는 점점 교육과 훈련의 모양새가 바뀌어왔다. 그것도 좋은 방향이 아닌 쪽으로.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 통로가 생겨나면서 일부 공연예술인은 피드백을 받아야 할 사람한테 받지 않고 관객과 팬에게 받는 피드백으로 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 중에도 전문적인 피드백을 받고 성장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예전만큼 그 중요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관객과 소통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단지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전문인의 피드백을 관객의 피드백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다시 짚자면, 공연예술인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관객의 피드백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예전부터 공연장은 극과 극의 두 그룹의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다. 보통 사람은 겪어보지 못한 높은 기준으로 훈련받은 배우가 무대 위에서 활약하고, 이를 오롯이 즐기고 감동받는 관객이 만나, 그 둘의 시너지가 합쳐져서 라이브 무대만의 매력이 생긴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간극이 요즘 들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있다. 그래서인지 하늘만큼 높은 곳에서 우리를 홀리는 ‘스타’를 라이브 무대에서 많이 만나고 싶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