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도움 가고 있다” 트윗에도, 트럼프의 이란 군사 옵션은 매우 제한적

조선일보 이철민 기자
원문보기

“도움 가고 있다” 트윗에도, 트럼프의 이란 군사 옵션은 매우 제한적

서울맑음 / -3.9 °
중동에 항모 없어…현재 작전 중인 항모 세 척은 태평양과 카리브해에 배치
미 본토 출발하는 글로벌 타격이나 중동 미군 기지서 공습 가능
군사 공격으로 시위대 도우려다, 되레 강경보수세력 결속시킬 수도
밴스 부통령 비롯한 국가안보팀, MAGA 진영은 중동 개입에 소극적
이란 시위의 민간인 희생자가 3000명 이상에서 수만 명까지 추정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루스 소셜에 “살인자와 학대자들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살인이 멈출 때까지 이란과의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며 “도움이 가고 있다(HELP IS ON ITS WAY)”라고 썼다. ‘이란의 애국시민들’에게 “정부 기관들을 접수하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관련해, 완전한 옵션 메뉴를 손에 쥐고 있다”고 강조했고, 킹슬리 윌슨 펜타곤 대변인은 “전쟁부는 언제 어디서든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수행할 준비가 됐 있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미군의 현재 전력 배치 상황은 이런 수사(修辭)와는 자못 다르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미 항모(航母)가 한 척도 없다. 지난 6월 이란 핵시설 폭격을 위해 방어용으로 한국에서 뺀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도 작년 11월 다시 복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팀도 지난 3일 기습작전으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권좌에서 축출한 데 이어, 또다시 의회 동의 없이 이란에 대규모 군사행동에 돌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해안에 근접한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와는 달리, 테헤란은 한반도의 8배 면적에 가까운 이란의 내륙 도시다. 마두로 부부만 생포한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처럼, 시위대를 학살하는 도심 곳곳의 정보기관, 보안시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수뇌부만 생포하거나 제거하는 작전은 불가능에 가깝다.

6월의 이란 핵시설 폭격처럼, 미 본토에서 B-2 폭격기가 출동하거나 중동의 미군 기지들에서 발진한 전투기, 미사일 등이 공격할 수 있지만, 타깃이 테헤란 곳곳에 있어 민간인 사망이 속출할 수 있다.


이란 정부를 지지하는 이라크의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가 13일 이라크 바스라의 이란 영사관 밖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정부를 지지하는 이라크의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가 13일 이라크 바스라의 이란 영사관 밖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또 무엇보다 이런 ‘군사 작전’으로 이루려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하면 이란 민주화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기 보다는, 더 급진적인 정권의 출현이나 또다른 실패 국가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고, 미국의 전직 안보 관리들은 미 언론에 말했다.이란 핵시설을 폭격했을 때에도, 많은 이란인은 국기(國旗)를 중심으로 반미 목소리를 높였다.

◇작전 중인 미 항모는 카리브해와 인도ㆍ태평양 모두 세 척뿐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축출 작전의 ‘흠없는 성공’으로 인해 한껏 고양돼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에 앞서, ‘전진 배치(pre-positioning)’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군사적 위협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11개 항모 중에서, 제럴드 R 포드함은 작년 11월 이후 카리브해에 배치돼 있고, 조지 워싱턴은 일본 요코하마 모항과 인근 해역에 있고, 에이브러햄 링컨함은 지난 8일에도 남중국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나머지 8척의 항모 중에서 니미츠함은 퇴역ㆍ해체 수순을 밟고 있고, 해리 S 트루먼함은 4년간의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갔다. 즉 니미츠를 제외한 10척 중에서, 배치된 3척을 빼면 4척은 정비 중이고, 3척은 교육ㆍ훈련 중이다. 중동에는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장착 구축함 3척과 연안전투함 3척이 배치돼 있을 뿐이다.

미군이 카리브해와 남중국해 두 개의 전선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측은 중동 지역으로의 대규모 군자산 이동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란 공격에 앞서, 중동 국가들의 기지 허가 받아야

물론 미국은 항모 없이도, 카타르ㆍ바레인ㆍ이라크ㆍUAEㆍ오만ㆍ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미군 기지들에서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로부터 기지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들 국가를 이란의 보복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란은 현재 2000기 이상의 중ㆍ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란 지도자들은 자국이 공격을 받으면 이 지역의 미군 기지와 군함들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미사일 2000기가 단기간에 다량으로 발사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피해 타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하마스 테러 이후 후티 반군ㆍ이란과의 계속된 전쟁과 우크라이나 지원 등으로 인해 미국의 방어용 무기 비축분은 계속 소진되고 있다.

◇미 본토에서 B-2 폭격기로 글로벌 타격 방안

지난 6월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시설 폭격과 같이, 미 본토에서 B-2 폭격기를 띄우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도시 내 정보기관과 보안시설, 군 수뇌부를 겨냥한 공격은 다수의 민간인 피해를 동반하는 ‘과잉 살상’이 될 수 있다. 또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제거한다는 것은 지속적인 군사적 보복과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

중동 지역의 미 해군 사령관을 지낸 존 밀러 예비역 중장은 폴리티코에 “걸프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력 증강을 볼 것으로 기대할 필요는 없다. 아마 걸프 지역 기지에서 출격하는 작전이거나, 미 본토에서 출발하는 글로벌 타격 미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습을 선택한다면, 지휘 벙커ㆍ군사 시설ㆍ핵심 통신 거점 등 “정권의 중심부(centers of gravity)”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도, 이란 군과 혁명수비대의 기반 시설, 지휘 통제 센터, 정부와 민병대가 사용하는 무기와 보급품 창고등을 포함할 수 있다. 또 2020년 1월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의 대외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Quds)군 사령관 카셈 술레이마니를 살해한 것처럼,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의 중동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데이너 스트롤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정권의 진압으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려고 군사 공격을 개시한다는 것은 달성 가능한 군사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또 이미 유고 시에 대비해 3명의 후계자 후보를 선정했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은 약30명의 이란 군ㆍ보안 지도부 인사들을 표적 살해했다. 이후에도 이란 정권은 그대로 유지됐고, 하메네이 사후에 가장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는 강경세력인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하는 정권 인수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수석 연구원 록산 파르만파르마이안은 가디언에 “이란에는 매우 결속력이 강한 정부ㆍ군ㆍ보안기관이 존재하며, 수많은 시신수습백(body bags)은 이들에게는 어떠한 금기(red lines)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작전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내 폭도와 테러리스트를 사주해 불안을 선동한다는 이란 정부의 서사(敍事)를 강화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이밖에 이란 정부의 기반 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나, 저궤도 인터넷 위성네트워크인 스타링크(Starlink)와 연결되는 터미널을 대량으로 살포해 시위대의 통신을 촉진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이버 지원이 트럼프가 “도움이 가고 있으며 정부기관을 접수하라”고 부추겼던 시위대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국가안보팀은 또 베네수엘라 개입이 장기화되는 데에 따른 부담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J D 밴스 부통령를 비롯한 안보팀은 중동 개입에 덜 적극적이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MIGA(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썼지만, MAGA의 핵심 운동가이자 트럼프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은 12일 자신의 온라인 토크쇼에서 “우리는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관심 없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거기 개입하면 문제만 더 오래 끌 뿐”이라며 공습을 반대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원샷 국제뉴스 더보기

[이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