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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라 넘겼던 귓불 주름, 뇌혈관 손상이 보내는 ‘경고 신호’였다

조선일보 정아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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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라 넘겼던 귓불 주름, 뇌혈관 손상이 보내는 ‘경고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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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귓볼 주름. /인스타그램

김수용 귓볼 주름. /인스타그램


귓불에 사선형 주름이 생기는 ‘프랭크 징후(Frank’s sign)’가 유전성 뇌소혈관 손상의 정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3차원(3D) 뇌 MRI에서 프랭크 징후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프랭크 징후가 뇌소혈관 질환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프랭크 징후는 1973년 미국 내과 의사 샌더스 T. 프랭크(Sanders T. Frank) 박사가 처음 보고한 현상으로, 한쪽 또는 양쪽 귓불에 45도 각도로 나타나는 대각선 주름을 가리킨다. 한동안 ‘나이 들면 생기는 주름’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후 심근경색·뇌졸중·혈관성 치매 같은 심뇌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방송인 김수용이 심근경색을 겪었을 당시 귓불 주름이 함께 언급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연구들은 프랭크 징후가 혈관성 질환 환자에게서 흔하게 관찰된다는 상관관계에 머물렀다. 육안 판단에 의존해 연구자마다 기준이 달랐고, 실제 뇌혈관 손상 정도와의 연관성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3D 뇌 MRI 영상에 얼굴과 귓불이 함께 촬영된다는 점에 착안해 프랭크 징후를 자동 탐지하는 AI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병원에서 수집한 뇌 MRI 400건을 학습에 활용하고, 추가 1060건의 영상으로 정확도를 검증했다. 전문가가 표시한 영역과 AI 모델이 탐지한 결과의 일치도는 의료 영상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징후 유무 분류 정확도 역시 0.9 이상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AI 기술을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병하는 유전성 뇌소혈관 질환 ‘카다실(CADASIL)’ 환자 분석에 적용했다. 그 결과 카다실 환자의 프랭크 징후 발생률은 일반인보다 유의하게 높았고, 연령을 보정해도 발생 확률은 약 4.2배 높았다. 또 카다실 환자 가운데 프랭크 징후가 있는 환자 그룹은 없는 그룹보다 뇌백질 변성 부피가 약 1.7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뇌백질 변성 부피를 기준으로 하위·중위·상위 세 그룹으로 분류했을 때 프랭크 징후 발생률은 각각 37.0%, 66.7%, 74.1%로 중증도가 커질수록 징후 빈도가 증가했다.


김기웅 교수는 “프랭크 징후가 단순한 노화 지표가 아니라 유전성 뇌소혈관 손상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반영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프랭크 징후만으로 질환을 진단할 수는 없지만, 다른 혈관성 위험 인자가 있다면 귓불 주름이 추가적 신호가 될 수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각각 게재됐다.

[정아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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