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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벽을 느낀다”...광진구, ‘사회적경제’ 넘어 ‘연대’로 대전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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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벽을 느낀다”...광진구, ‘사회적경제’ 넘어 ‘연대’로 대전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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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수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이 12일 저녁 서울 광진구 자양동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2026년 1월 광진포럼’에서 사회연대경제로의 10년 전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박용수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이 12일 저녁 서울 광진구 자양동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2026년 1월 광진포럼’에서 사회연대경제로의 10년 전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벽을 느낀다.”



지난 1월12일 저녁 서울 광진구 자양동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2026년 1월 광진포럼’에서 박용수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이 꺼낸 솔직한 고백이다. 지난 11년간 전국에서 사회적경제를 ‘가장 잘하는 지역’으로 손꼽혀온 서울 광진구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사회연대경제’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자리였다. 영하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동부여성발전센터 대강당에는 택배 노동자, 시민단체·마을 활동가, 대학 동문 등 평소 접점이 적었던 시민 40여 명이 모여 열기를 더했다.





“정부 의존·우리끼리 경제는 한계”





박용수 이사장은 광진구 사회적경제의 성과를 돌아보며 한계도 분명히 짚었다. 그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고 자금을 모으고 성장하는 데까지는 잘해왔지만 사회적경제 기업만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고, 생존을 지속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의존과 사회적경제 기업끼리만의 호혜 경제는 명확히 한계가 봉착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칼 폴라니와 하버마스의 이론을 빌려 경제가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이익만을 추구하는 문제와 자본·권력이 시민의 생활세계까지 침투하는 문제를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사회연대경제는 경제가 다시 사회를 위해 복무하도록 만들고, 시민들이 소통을 통해 삶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부설연구소 연구공방 ‘사람’의 김연희 선임연구원은 사회연대경제를 ‘지속가능한 조직으로서의 사회적경제와 살아 있는 연대의 결합”이라고 정의했다. 기존의 사회적경제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제도화된 조직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사회연대경제는 ‘관계’와 ‘협력’을 중심에 둔 경제 활동이라는 철학적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사회연대경제는 제도나 조직 이전에, 사람들이 서로 의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관계를 복원하는 문제”라며, 4가지 실천 방향을 제시했다. △공동체 부 형성(지역 내 앵커 기관의 구매력을 활용해 자원 순환) △사회적 금융의 진화(신뢰·협력 등 관계재(relational goods)’를 핵심 지표로 측정) △지역화폐와 공공서비스 연계(돌봄·에너지·주거 등 필수 서비스와 지역화폐 연결) △참여소득 실험(지역사회 기여 활동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 등이다.



지난 12일 광진포럼에서 택배노동자, 마을 주민, 대학 동문회,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지역 주체들이 사회연대경제를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대희 전국택배노조 서울지부장, 설윤석 광진마을공동체트워크 주민, 황주영 건국대 민주동문회 회장, 강내영 광사넷 부설연구소 연구공방 ‘사람’ 수석연구원, 박용수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김연희 광사넷 부설연구소 연구공방 ‘사람’ 선임연구원.

지난 12일 광진포럼에서 택배노동자, 마을 주민, 대학 동문회,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지역 주체들이 사회연대경제를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대희 전국택배노조 서울지부장, 설윤석 광진마을공동체트워크 주민, 황주영 건국대 민주동문회 회장, 강내영 광사넷 부설연구소 연구공방 ‘사람’ 수석연구원, 박용수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김연희 광사넷 부설연구소 연구공방 ‘사람’ 선임연구원.




2036년까지 ‘1만명 시민 조직’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2036년까지의 구체적인 10개년 로드맵을 공개했다. 먼저 단체 명칭을 ‘광진사회연대경제(GSSE)’로 변경하고, 미션 또한 ‘함께 사는 경제 공동체’에서 ‘함께 사는 경제 공동체와 대안 사회 구축’으로 확장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



이번 혁신의 방점은 ‘1만명 시민회원 조직’에 찍혔다. 박용수 이사장은 “기업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사업과 이익을 먼저 이야기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와 다소 멀어졌다”고 자성하고, “호혜와 연대의 가치에 동의하는 1만명의 시민이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참여하는 ‘품앗이 경제’를 일구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원 자격도 기존 사회적경제기업 위주에서 일반 주민, 사회단체, 소상공인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대 추진 전략도 구체화했다. ①지역 연대경제망 구축(먹거리 순환체계 마련, 2027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재생에너지 보급) ②지역 공유자산 축적(2030년까지 광진신협 설립, 시민자산화 사업 확대) ③시민주도형 민주적 거버넌스(조례 제·개정, 시민주권 강화) ④1만 시민 성장 생태계 구축(‘광드라곤 아카데미’과 북살롱 확대, 포럼 정례화, 성찰 프로그램 마련) ⑤관계 생태계 구축(지역 내 상호 호혜적 서비스 교환을 위한 ‘타임뱅크’ 운영) 등이 제시됐다.





쿠팡 시대, 연대가 안전망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나왔다. 박대희 전국택배노조 서울지부장은 코로나19 당시의 경험을 공유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2021년 한 해에만 30명 넘는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을 때 주민들이 대문에 ‘늦어도 괜찮아’라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한여름에 얼음생수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도 시민 80% 이상이 “배송이 늦더라도 안전하게 일해달라”고 응답하며, 노동자의 생명권에 공감했다고 한다.



박 지부장은 “3500만 명이 이용하는 쿠팡이 속도 경쟁을 가속화하는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면, 이에 맞설 유일한 힘은 지역에서 싹트는 연대”라며 “노동과 일상이 조화를 이루는 광진을 만드는 것이 사회연대경제 전환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거리에서 온종일 일하는 택배 노동자와 1인 가구, 청년과 어르신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아플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기 때문이다.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지난해 추진위원회를 꾸린 데 이어, 오는 2027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낼 계획이다.



12일 광진포럼에 참석한 시민들이 토론을 마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2일 광진포럼에 참석한 시민들이 토론을 마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립에서 관계의 경제로”





이날 포럼에서는 사회연대경제의 실질적인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언들이 이어졌다. 설윤석 광진마을공동체네트워크 회원은 “사회연대경제의 성패는 주민이 스스로 행동의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 조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슬리퍼를 신고 오갈 수 있는 이른바 ‘슬세권’ 단위의 생활권에서 주민 모임을 활성화하고, 이를 사회적경제 조직과 연결하는 권역별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황주영 건국대 민주동문회 회장은 사회연대경제 전환을 “민주주의를 경제 영역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며, 청년 문제를 사회연대경제의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거·돌봄·건강·학자금·지역 정착 문제는 청년에게 매우 절박한 현실”이라며, “이러한 의제들이 연대경제망, 공유자산 전략과 연결될 때 청년들은 비로소 이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진마을공동체네트워크는 현재 광진구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를 ‘고립’으로 진단했다. 박용수 이사장은 “관계가 끊어지고 개인이 모든 삶의 위험을 홀로 떠안는 구조가 지역의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진단한 뒤 “사회연대경제가 바로 이 고립을 넘어서는 시도”라고 말했다.



광진구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이번 혁신안은 오는 3월 정기 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부원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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