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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1년] '관세 폭탄' 美경제 성적표는…인플레 복병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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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1년] '관세 폭탄' 美경제 성적표는…인플레 복병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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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트럼프 "이란서 살해중단" 언급에 급락전환…WTI 2%↓
우려보다 선방했던 美경제…'충격' 제한적, 'K자 양극화' 숙제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11월 중간선거 최대 쟁점 부각 가능성
'AI붐'에 증시, 사상 최고 반등…연준 독립성 침해 후폭풍 주목
미 로스앤젤레스항의 성조기[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로스앤젤레스항의 성조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1년간 미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던 격랑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그 기저에는 동맹과 우방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은 자의적인 고강도 관세 정책과 전례 없는 중앙은행 흔들기가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세계 무역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 같은 우려는 작년 4월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이른바 '해방의 날' 이후 금융시장 충격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 임기 첫해 미국 경제는 2% 안팎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대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고물가와 고용 약화의 피해가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집중되면서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커진 것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한 수사 등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시도 역시 향후 금융시장 혼란과 달러화 신뢰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 관세發 'R의 공포'…"설마" 했던 월가 패닉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경제학자들은 관세 정책이 제조업 부활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면서 미국 경제에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경고를 내놨다.

월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강경한 관세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 미심쩍은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직후 월가는 패닉에 빠졌다.

뉴욕증시 대표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그 날 이후 이틀간 12%나 폭락했다. 주식시장 공포지수는 팬데믹 충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월가 전문가들은 속속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높였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관세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 시장마저 투매가 이어지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일각에선 '금융위기 징후'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시행을 유예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은 잦아들었지만, 2025년 1분기 미국 경제가 역성장(-0.6%·이하 전기 대비 연율 기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려는 지속됐다.

'R(경기침체)의 공포',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경고가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실물경제 지표 예상보다 양호…'미국 예외주의' 자신감

향후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긴 하지만, 취임 1년간 미국 경제의 드러난 실적만 보자면 우려됐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2025년 한 해 동안 벌어지지 않았다.

작년 1분기 경제 역성장은 관세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수입을 앞당겨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명됐다. 작년 2분기 성장률은 3.8%로 급반등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주요 월가 투자은행들은 2025년 미국 경제가 연간 2% 안팎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본다.

2024년(2.8%)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성적표이다. 우려됐던 경기침체와는 거리가 먼 성장률이다.

소비가 전년보다 둔화하긴 했지만 회복력을 유지했고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점 입법 과제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은 정치적 논란을 낳았지만 기업 감세를 통해 성장세 유지에 기여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뉴욕 맨해튼 허드슨야드 쇼핑몰[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 맨해튼 허드슨야드 쇼핑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인플레이션은 관세 여파로 작년 하반기 들어 다시 3%대(근원 소비자물가 기준)로 반등하며 여전히 우려 사항으로 남아 있다.

다만, 최근 들어선 관세의 물가 충격이 예상보다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월가와 경제학자 사이에서 확산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정책 철회와 각국과의 무역협상을 통해 최초 발표 때보다 상당 부분 약화한 게 영향을 미쳤다. 설문조사에 반영된 일반인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꺾였다.

인플레이션 우려 약화는 지난 9월 이후 12월까지 연준이 3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 경제 충격은 서민·중소기업만 체감…'K자형 경제' 공화당 위협

전반적인 경제 성적표가 양호한 것과 달리 관세가 가져온 물가 상승 및 고용 약화 충격은 서민층과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입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 경제지표가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 현상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K자형 경제라는 용어는 미국의 부유층과 빈곤층이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을 다르게 경험하는 현상을 설명하며 주목받았다.

고소득층은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재산이 크게 늘고 덩달아 씀씀이도 늘렸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이미 높아진 물가와 고용시장 약화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미 인디애나주의 아마존 데이터센터[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인디애나주의 아마존 데이터센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매그니피센트7(M7)을 비롯한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AI 붐에 힘입어 지난해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기록한 것과 달리 중소기업 등은 이 같은 랠리에서 소외된 것도 K자형 경제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거론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커지는 K자형 격차가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제적 격차 확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물가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주택대출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2천억달러(약 290조원)어치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지시하거나 신용카드 이자율을 최대 10%로 제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미 조지아주 서배나항의 컨테이너[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조지아주 서배나항의 컨테이너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트럼프 노골적 연준 때리기…파월 수사로 우려 '정점'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때보다 연준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 강도를 한층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 초기부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신중한 정책 기조를 견지한 파월을 노골적으로 비난해왔다.

나아가 자신의 경제 책사인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연준 이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마이런 이사는 9월 임기 시작이후 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마다 0.50%포인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마이런 이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3.75%보다 1%포인트 더 낮춰도 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전임 바이든 행정부 임기 때 임명된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의 리사 쿡 이사에게 주택담보대출 사기를 저지른 의혹이 있다며 해임을 통보하기도 했다.

연준 개보수 현장의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2025년 7월 24일)[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연준 개보수 현장의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2025년 7월 24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해임 통보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연방대법원이 결정을 앞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손을 들어줄 경우 연준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압박은 미 법무부가 위증 혐의로 파월 의장의 형사기소를 추진하면서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을 비롯해 전직 연준 의장과 명망 있는 경제학자들은 12일 성명을 내고 파월 의장에 대한 기소 추진이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필요 이상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 연방정부의 부채 이자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데 동원된다면 투자자 이탈로 달러화가 약세 압력에 직면하고 문제가 복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해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국제 금값은 이런 우려를 반영, 파죽지세로 상승세를 지속하며 작년 말 사상 최초로 온스당 4천500달러선을 돌파했고, 파월 의장에 대한 기소 추진 사실이 알려진 12일에는 온스당 4천600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런 금값 상승 이면에는 전체 자산 중 달러화 자산 보유 비중을 낮추려는 각국 투자자들의 탈달러화 움직임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바와 실버바[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골드바와 실버바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월가, 차기 연준의장 발표 앞두고 독립성 의지 '촉각'

파월 의장 임기가 5월 만료되는 가운데 월가 안팎에선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강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달 중 차기 연준 의장을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대폭 인하 신봉자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연준이 느리다'는 대통령의 말은 옳다. 금리를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라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금리 관련 생각을 같이하고 있음을 어필한 바 있다.

해싯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광범위한 수입 관세, 금리 인하 등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어젠다를 지지해온 친트럼프 성향의 경제학자로 손꼽힌다.

월가 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해싯 위원장이 연준 의장직 수행 자격을 갖췄다고 보면서도 그가 의장으로 취임한 뒤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월가는 올해 중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하한 뒤 금번 금리인하 사이클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차기 연준 의장이 기대보다 강한 비둘기파적 통화정책을 시사하고 대법원이 쿡 이사의 해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놓을 경우 연준의 독립성 및 신뢰성에 대한 논쟁이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으로 장기금리가 오르고 달러화 투자자금 이탈이 지속되며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가 전문가들은 법무부의 파월 의장에 대한 기소 추진 추이와 후폭풍을 지켜보고 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금융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악시오스는 또 베선트 장관은 이번 수사로 인해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의장 임기가 끝난 뒤 곧바로 연준을 떠나지 않고,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2028년 초까지 이사로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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