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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미국은 그린란드를 손에 넣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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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미국은 그린란드를 손에 넣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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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



김화진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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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년에 붉은 에릭(Erik the Red)이라고 불리는 아이슬란드 사람이 14척의 배로 그린란드에 닿았다. 살인죄를 짓고 가족들과 함께 북쪽으로 도망을 쳤다. 에릭은 유럽에서 사람들이 이주해 정착하도록 섬 이름을 그린란드(Greenland)로 붙였다.

수백수천의 사람들이 바로 그 이름 때문에 위험한 항해를 거쳐 건너왔다. 와서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농사지을 초록 땅이 섬의 2%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모두 얼음과 눈이다. 대다수가 죽었고 그린란드는 아직도 인구가 약 5만 7000명에 그친다. 그린란드는 역사상 가장 큰 부동산 사기로 불린다.

그린란드 전경.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그린란드 전경.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17세기에 노르웨이와 덴마크 탐험가들에 의해 정착촌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1814년 노르웨이-덴마크 동군연합이 해체되면서 땅의 주인이 애매해졌다. 그래도 몇 사람 안 사는 곳이라 별문제는 없었다. 그러고 있다가 1931년에 노르웨이가 그린란드 동부를 무주지라고 해서 실효적으로 점유했다. 양국은 문제를 법원에서 해결하기로 했고 1933년 상설국제사법재판소는 그린란드를 덴마크 영토로 확정했다.

1953년에 식민지 지위를 벗어나 덴마크에 정식 편입됐다가 1979년에 자치령이 됐고, 2008년에는 사실상 행정적으로 독립했다.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면 이누이트계가 절대다수인 독립 국가지만 경제가 어려워 덴마크로부터 예산의 절반인 연간 약 6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있고, 그 때문에 최종 독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그린란드 사람들은 덴마크에서 독립하기를 바라는 동시에 미국에 편입되는 것도 싫다고 한다. 그러나 자립 능력이 문제다.

지금 정도의 진도로 기후변화, 즉 온난화가 진행되면 머지않아 최소한 여름 한 철 북극해가 완전한 가항수로가 된다. 예컨대 로테르담에서 밴쿠버까지 비싸고 오래 걸리는 파나마운하 루트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북극해 루트를 통해 컨테이너선이 오갈 수 있다. 로테르담에서 일본 요코하마까지는 수에즈운하와 믈라카해협을 거쳐 1만 2730해리다. 북극해 항로는 5750해리에 불과하다. 20일 정도가 단축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군사적 목적과 교역로 보호, 그리고 러시아 견제다. 특히 최근 들어서 러시아의 북극해 활동이 많이 늘어났다. 북극해 항로가 열리면 무르만스크로는 부족할 것이라서 러시아는 타이미르반도 서쪽 카라해 연안에 새로 대형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푸틴이 러시아 국영 TV에서 주무부처 장관과 대화하는 영상이 있다. 대통령이 항구 건설에 예산이 얼마나 들겠냐고 물으니, 장관은 10조 루블(약 1500억 달러) 정도라고 답한다. "그 돈은 러시아 GDP의 2%나 되는 액수 아닌가?" 하고 푸틴이 되묻자, 장관은 그 항구는 러시아 GDP가 2% 이상 성장하게 해 줄 거라고 답한다. 2030년에는 1억 톤을 선적할 수 있다고 한다.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도 세계 최초로 원자력발전 선박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원자력 추진 선박이 아니라 항행하는 원자력발전소다. 첫 선박이 2019년 12월에 러시아 최북단 해안 도시 페베크에서 가동을 시작했고, 추가로 일곱 척이 북극해 연안에서 석유·가스 탐사와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지원할 계획이다.

3D 프린터로 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 뒤로 그린란드 국기가 나오는 일러스트.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3D 프린터로 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 뒤로 그린란드 국기가 나오는 일러스트.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꺼낸 것은 처음도 아니고 가볍게 다루는 주제가 아니다. 우리는 항상 보는 메르카토르 도법의 세계지도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린란드의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른다. 그린란드의 실제 위치는 지구본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린란드는 미국과 러시아의 중간 지점에 있다. 특히 러시아의 국력이 집중돼 있는 모스크바 중심의 서부지역과 뉴욕, 워싱턴의 미국 동부지역 중간쯤이다. 러시아 동부에는 핵미사일을 포함한 러시아의 전략자산들이 있다. 마하 10 정도의 속도로 비행하는 핵미사일이 미국 동부에 닿는 데 약 30분이 걸린다. 지금은 캐나다 동부 상공에 왔을 때 요격하는 것으로 돼 있다는데, 그린란드가 미국 영토가 되면 10분 이내에 일찌감치 1차 요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덴마크가 베네수엘라나 이란은 아니지만 미군이 그린란드에 들어가서 주둔해 버리면 사실 별 대책이 없다. 유럽 국가들도 목소리는 높이겠지만 카드가 없다. 트럼프는 "500년 전에 배 한 척이 거기 갔다고 해서 덴마크 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어떤 방식으로든 덴마크의 동의 없는 영토 이전이 발생한다면 모든 국제법 교과서는 폐기되거나 다시 쓰여야 하고 인류 역사는 새 챕터로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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