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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톡노트] 독자 AI 기준 논쟁…프롬 스크래치의 함정

연합뉴스 한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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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톡노트] 독자 AI 기준 논쟁…프롬 스크래치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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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출발선'서 유래…AI 업계서 의미 확장·변형
'소버린 AI' 용어도 논란 소지…"명확한 기준 제시 필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발표회[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발표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국가대표 AI 모델을 만들겠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논란에 휘말리면서 그 어원과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AI 업계에서 '기초 단계부터 완성까지 자체 기술로 제작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프롬 스크래치 표현은 영어 관용구이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또는 시작점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의미로, 미국 대표 사전 메리엄-웹스터도 이 어원을 두고 "땅에 그어 만든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로 규정했다.

두 개 단어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선이 그어진 곳에서부터'라는 뜻으로, AI 생태계가 본격 태동하기 전인 19세기 스포츠계에서 먼저 사용됐다.

육상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 앞에 그어진 스크래치(Scratch), 즉 출발선을 의미했다.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출발선'에서 공평하게 처음부터 실력을 겨뤄보겠다 것이다. 어떠한 도움이나 준비 없이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개념이 전제로 깔려 있다.


문제는 이 어원이 최근 AI 산업과 정책 논의 과정에서 통용되면서 그 의미가 더욱 확장되고 변형됐다는 점이다.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LLM)이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용어로 프롬 스크래치가 쓰이면서 그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업스테이지를 시작으로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017670]이 개발 중인 AI 모델이 일부 중국 AI 모델 기술을 차용해 '순수 개발 의지'에 금이 갔다는 의혹이다.


완전 백지상태에서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만 AI 모델을 자체 개발하는 것만이 프롬 스크래치 원칙에 적합한 것인지, 일부 중요치 않은 영역의 경우 외국산 모델을 사용해도 되는지 명확한 지침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졌다.

업계에서는 프롬 스크래치 논란의 싹이 정부가 초반에 정책적 표현으로 사용한 '소버린 AI'(Sovereign AI)에서 태동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버린'을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주권적'인 '자주적'으로 주로 해석된다.


정부는 외부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독자적 개발에 초점을 맞춰 '소버린 AI' 용어를 들고나왔지만, 추상적이고 다소 모호한 개념 탓에 언제든 혼란을 키울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됐다.

여기에다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 동시에 상호 협력과 교류 역시 중요한 글로벌 AI 업계 특성을 고려할 때 '소버린' 표현에서 이런 분위기와 맞지 않는 '국수주의적' 뉘앙스도 느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현재 정부 부처에서는 '소버린 AI'라는 표현을 가급적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국가대표 AI 선발 1차 결과 전 소버린 AI를 정의할 프롬 스크래치 기준을 재정립할지에 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프롬 스크래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동시에 AI 기술 퍼포먼스 중심으로 기술 협력을 해 가는 것도 필요하다"며 "독자 개발 취지는 좋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소스와 기술을 개발하고 갖춘다는 것은 'AI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말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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