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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서 새 난파선 흔적 찾았다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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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서 새 난파선 흔적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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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해역서 청자·선체 조각 등 발견
1150~75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
조선 시대 선박도 최근 건져 올려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새로 찾은 청자 87점이 10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됐다. 새로운 난파선이 묻혀있다는 징후로 보인다./뉴스1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새로 찾은 청자 87점이 10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됐다. 새로운 난파선이 묻혀있다는 징후로 보인다./뉴스1


‘바닷속 경주’라 불리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10년 만에 새로운 난파선의 흔적이 발견됐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태안 마도 해역을 조사하던 중 12세기 고려 선박으로 추정되는 옛 선박의 흔적을 새로 찾았다”고 10일 밝혔다. 바닷속 갯벌 깊숙한 곳에 청자 다발 2묶음 87점이 포개져 있었고, 목제 닻과 밧줄, 볍씨 등과 함께 고선박의 선체 조각, 화물 받침용으로 추정되는 통나무 등이 확인됐다.

◇바닷속 타임캡슐, 또 열리나

연구소는 이날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 공개회를 열고 발견된 청자 87점을 모두 공개했다. 접시 65점, 그릇(완) 15점, 잔 7점. 고려청자 전문가인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 이사장은 “틀을 이용해 무늬를 찍어낸 기법, 삿갓 형태의 그릇 등을 볼 때 1150년~1175년경 사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종국 연구소 수중발굴과장은 “발견된 유물의 구성과 양상이 앞서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마도 1·2호선과 비슷해 고려 시대 곡물과 도자기를 운반하던 선박이 침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태안 앞바다는 예부터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릴 정도로 해저 지형이 복잡하고 조류가 빨라 배가 침몰되는 사고가 잦았다. 한반도 최대의 곡창인 호남 지역의 세곡을 서울까지 운반하는 데 가장 난코스가 태안 앞바다 일대였다. 연구소는 “선박 수백 척이 깨지거나 침몰한 기록이 남아 있어 그야말로 수중 문화재의 보고(寶庫)”라고 했다.

이곳에서 발굴된 고려 선박들의 침몰 시기가 각각 태안선(12세기 후반), 마도 1호선(1208년), 마도 2호선(1210년경), 마도 3호선(1265∼1268년경)의 순서로 추정된다.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만약 새롭게 ‘마도 5호선’이 발견되면, 가장 이른 시기의 배로 볼 수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 발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선 시대 선박 ‘마도 4호선’의 인양 전 상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조선 시대 선박 ‘마도 4호선’의 인양 전 상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600년 만에 건져 올린 조선 선박

연구소는 또 태안 앞바다에서 600년 전 가라앉은 조선 시대 선박의 선체 인양 작업을 최근 마쳤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2015년 처음 발견된 마도 4호선(잔존 길이 13m, 폭 5m)으로, 국내 해역에서 발견된 유일한 조선 시대 선박이다.


선박에서는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새겨진 목간 60여 점과 공납용 분청사기 150여 점이 발견돼, 이 선박이 전남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관료의 녹봉을 관리하던 관청)으로 향하던 중 침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분청사기는 15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이고, 선박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1420년경 침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는 “문헌으로만 전하던 조선 15세기 조운선(漕運船·세금으로 낸 곡물을 운반하던 선박)의 실체를 드러낸 귀중한 수중 유산”이라고 했다.

600년 만에 뭍으로 건져낸 마도 4호선은 조선 전기 선박의 특징을 보여준다. 선체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설치한 ‘쌍돛대’ 구조를 갖추고 있어, 돛대 하나를 사용한 고려 시대 선박과는 차이가 있었다. 신종국 과장은 “두 개의 돛대를 통해 항해 속도를 높이고, 바람이 여러 방향에도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려보다 진전된 항해 기술의 발전을 보여준다”고 했다. 목재를 가로로 배열하고 작은 나무못을 다수 사용해 선체를 정밀하게 연결해 내구성을 강화했다. 선체 수리에선 쇠못을 사용한 흔적도 발견됐다. 우리나라 고선박에서 쇠못이 확인된 첫 사례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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