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상호관세 합의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특강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워싱턴/AP 연합뉴스 |
문정인 | 연세대 명예교수
8월1일 미국의 새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두고 워싱턴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3500억달러 제조업 투자 기금 조성과 1천억달러 상당의 미국 액화천연가스·에너지 제품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상호 관세를 15%로 낮춘다는 발표를 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쇠고기·쌀 등 농수산물 시장을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권 교체 정국의 시간적 제약이라는 악조건에도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비추어 손색없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정치적 보너스도 따라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협상 결과를 밝히면서 “대한민국 신임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2주 이내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공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반전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관세 태풍 다음에 방위비 증액,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 조정,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체제 지속 여부 등 한-미 동맹 현대화 의제라는 안보 태풍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하거나, 공짜로 혜택만 누리는 동맹 시대는 끝났다며 “북한과 전쟁이 나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줄곧 한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왔다. 방위비 분담 증가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 지출 증액을 주한미군과 연계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는 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미군의 국외 주둔을 반대하는 마가는 한국이 주한미군을 유사시 미국의 대규모 군사개입을 유도하기 위한 ‘인계철선’(tripwire)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북한과 중국의 선제타격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들의 감축과 철수를 주장해왔다. 한편, 대중국 강경파들은 주한미군 역할이 대북 억제에서 대중 견제로 확대 조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게다가 한국군도 대북 억제를 넘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얼마 전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우리가 알던 그 주한미군’ 이미 철수 중’이라는 칼럼에서 더 충격적인 논지를 편다. 장거리 신속 타격무기의 획기적 발전, 한국군 능력의 증대,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대한 한국 동참의 불확실성 때문에 미 2사단과 7공군의 효용성은 이미 상실됐고 주한미군은 사실상 철수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의회를 비롯한 워싱턴 주류는 주한미군 주둔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감축, 철수, 재조정의 여러 징후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곧 있게 될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쟁점들이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와 같은 읍소형 대응으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과감한 발상이 요구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거 미국의 안보 공헌에 대해 정중하게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한국이 더는 안보 무임승차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당당히 밝혀야 한다. 서로 호혜적인 한-미 동맹의 새로운 역할 분담을 제시하며 한국군이 주력군이 되어 한국 방어를 주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작권 전환은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 때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해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평가를 2019년 8월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등 제반 여건 때문에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과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를 끝내지 못했다. 이제 조건에 기초한(연합방위 주도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역내 안보 환경) 전작권 전환 계획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히 2, 3단계를 실시해 전환을 완결해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단일 지휘체계형 미래연합군사령부보다는 일본과 같은 한국군, 주한미군 간의 ‘병렬형’ 지휘 구조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핵 확장억제와 한시적인 보완 전력(정보, 정찰, 감시 자산) 확보라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주한미군의 규모와 위상과 관련하여 일희일비하지 말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자. 우리가 더는 풍전등화의 약소국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차제에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여 미국과의 연루와 방기의 만성적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주국방은 물론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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