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AFP 연합뉴스 |
전반기는 지난 시즌 양대 리그 최우수선수(MVP)들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메리칸리그(AL)는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 내셔널리그(NL)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올해도 뛰어났다. 저지는 타자로서 한층 더 발전했고, 오타니는 멈췄던 투타 겸업의 시간이 다시 움직였다.
전반기 35홈런을 친 저지의 홈런 페이스는 59개다. 후반기에 몰아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60홈런 도전이 가능하다. 통산 60홈런 시즌을 두 번 이상 만든 선수는 새미 소사(3회)와 마크 맥과이어(2회)뿐이다. 그러나 소사와 맥과이어는 금지약물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 기록의 가치가 떨어졌다. 저지로서는 ‘청정 홈런왕’의 수식어를 더 확고하게 할 수 있다.
오타니는 투수로서의 활약이 주목된다. 2022년 투수(15승9패 ERA 2.33)로서 사이영상 투표 4위까지 이름을 올렸다. 물론 시즌 중반 투수로 복귀한 뒤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당장 올해 사이영상 후보로 떠오르는 건 무리다. 하지만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3이닝을 소화했고, 5경기 동안 9이닝 1실점의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오타니가 투수로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포스트시즌 경기에 올라온다면 그 또한 엄청난 볼거리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올해도 다저스와 양키스의 월드시리즈가 성사된다면 ‘투수 오타니와 타자 저지의 맞대결’도 지켜볼 수 있다.
뉴욕 양키스 에런 저지. AFP 연합뉴스 |
후반기는 개인상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간이다. 양대 리그 유력한 엠브이피 후보는 저지와 오타니지만, 올해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특히 아메리칸리그는 시애틀 포수 칼 롤리가 저지를 위협하고 있다. 전반기 38홈런 82타점은 저지보다 앞선 리그 1위였다. 롤리는 올스타전 홈런 더비도 우승하면서 ‘홈런왕’의 이미지를 굳혔다. 포수로서 받게 될 가산점도 고려한다면, 올해 저지의 엠브이피는 장담하기 힘들다. 내셔널리그 역시 시카고 컵스 외야수 피트 크로-암스트롱이 오타니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반기에 25홈런 27도루를 완성한 크로-암스트롱은 40홈런 40도루 시즌을 넘어 50홈런 50도루 시즌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후반기는 순위 경쟁도 더 치열해진다. 내셔널리그 1위로 전반기를 마친 다저스는 서부지구에선 여유가 있다. 하지만 리그 우승은 낙관할 수 없다. 리그 2위 컵스와의 격차가 겨우 반 경기다. ‘공공의 적’이 된 다저스를 모두가 견제할 것이다. 한국시각 8월1일로 잡힌 트레이드 마감시한 안에 각 팀의 전력 보강 여부가 중요하다. 올해는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선수들이 제한된 측면에서, 팀들 간의 눈치 싸움이 더 팽팽할 전망이다.
내셔널리그보다 아메리칸리그는 더 혼전 속에 빠져 있다. 디트로이트가 전반기 리그 1위에 오른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메이저리그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올해도 점입가경이다. 양키스가 무난하게 지구 1위로 갈 줄 알았지만, 토론토와 보스턴이 전반기 막판 10연승을 질주했다. 지구 4위 탬파베이도 5할 승률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 선수들은 반전과 반등을 노린다. 출발이 좋았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시즌 중반 극심한 하락세가 있었다. 전반기 막판 부진을 탈출하는 신호(7월 10경기 타율 0.324)가 감지된 것은 고무적이다. 올스타 휴식기가 재충전의 시간이 돼야 한다.
김혜성(다저스)은 지금보다 확실하게 입지를 다져야 한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는 김혜성의 출장 시간이 늘어날 것을 시사했다. 다저스가 높은 무대로 올라갈수록 김혜성이 가진 빠른 발과 수비에서의 다재다능함은 더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전반기 막판에 돌아온 김하성(탬파베이)도 후반기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다가오는 에프에이(FA) 계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19일부터 재개된다. 모든 시즌이 그렇듯 처음보다 끝이 중요하다. 그래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다르게 말하면, 설령 시작이 아쉬웠다고 해도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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