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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있는 그대로의 날 사랑해

조선일보 유미·‘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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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있는 그대로의 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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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인기다. 헌트릭스라는 K팝 걸그룹이 사람들의 혼을 훔쳐가려는 악귀를 음악의 힘으로 물리친다는 것이 주요 내용. 평소 K팝을 즐겨 듣지 않는 편인데도, 음악적 요소와 시각적 효과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작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케데헌’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배급했다. 해외 자본으로 만들었지만, 한국 전통 문화가 섬세하고 창의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작호도를 모티브로 한 까치와 호랑이 캐릭터가 등장하고, 공연 무대 배경 스크린엔 조선 시대 어좌 뒤에 놓이던 일월오봉도가 펼쳐져 있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검은 실제 조선 시대에 재앙을 막고 귀신을 물리치려는 용도로 쓰이던 사인검이라고 한다. 중간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서울N타워, 한양 도성과 북촌 한옥 마을, 명동 거리도 반가웠다.

메시지도 좋다. 주인공 루미는 악귀를 물리치는 헌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악귀의 피가 흐른다. 팀 멤버들에게도 숨길 만큼 최대의 약점. 루미의 스승은 이 태생적 결점을 드러내선 안 되며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자신의 정체가 모두에게 발각되자 루미는 잠시 방황하지만, 마침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더욱 강해진 면모로 악귀를 물리친다.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 자기 모습을 애써 외면하고, 숨기려 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선 약점을 숨기고 거짓된 자기 모습을 과장하는 것이 매우 손쉽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해지기도 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불안한 세대’를 통해 SNS에서 자신을 포장하고 비교하는 문화가 청소년들의 자존감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케데헌의 루미는 ‘흠 있는 나’를 받아들이며 긍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가 매우 보편적이었던 것이 어쩌면 성공 비결이 아니었을까. 우리 모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유미·‘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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