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웍스 10주년’ 일본 기자간담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소버린 AI로 각 나라가 안고 있는 사회적 과제를 기술로 풀어가는 것, 그것이 네이버클라우드가 B2B(기업향)를 통해 지향하는 궁극적 방향입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9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소버린 AI의 방향을 강조하며, 현 시점 일본 사회의 핵심 과제인 고령화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AI 주권’을 의미하는 소버린(Sovereign) AI는 단지 국가적 차원의 기술 자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AI 기술을 통해 그 나라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 대표는 보고 있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에는 고령화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데, 그런 문제들을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주체적이고 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AI를 활용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들을 하는 것이 곧 소버린 AI와 맞닿아 있다”라고 정의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러한 문제 해결력을 갖춘 소버린 AI 사례로서 현재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업무용 협업 솔루션 ‘라인웍스’와 AI 안부전화 서비스 ‘케어콜’을 제시했다.
◆라인웍스, 일본 협업툴 시장 7년 연속 1위
올해로 일본 진출 10주년을 맞은 라인웍스는 2017년 이후 7년 연속 일본 유료 업무용 메신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후지키메라에 따르면 2023년 시장 점유율 41%를 기록했으며, 연 매출은 매년 약 40% 성장해 2025년 7월 기준 연간반복매출(ARR) 160억엔(약 1500억원)을 돌파한 상태다.
김 대표는 “라인웍스가 일본에서 비즈니스 채팅 시장 점유율 1위를 7년 연속 차지하고 있는데, B2B 소프트웨어(SW)로는 네이버를 떠나서 한국 전체 B2B SW 수출로 따져봐도 제일 규모가 큰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라인웍스 성공의 핵심은 일본 특유의 업무 문화를 파악한 현지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일본은 직장 동료와도 전화번호를 잘 공유하지 않고, 사적인 연락과 공적인 연락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문화가 있다”며 “한국과 비교해 기업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즈니스 채팅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의 산업 구조가 사무직보다 영업·점포 등 외근 인력이 많은 점에 주목해 메시징 기반 올인원 앱으로 설계한 점도 성공 요인으로 소개했다.
최근 라인웍스는 단순한 기업 협업 도구를 넘어, 실제 재해 대응과 의료 현장 등 생명과 직결된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되며 일본 사회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마오카 타케시 라인웍스코퍼레이션 대표는 “라인웍스는 사회적으로 이미 침투되어 있고, 없으면 안 되는 도구”라며 “2년 전 일본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에게 라인웍스를 무상 제공해 방재·재해용 툴로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타케시 대표는 “오사카시·가나가와현 등 지자체와 협정을 맺어 유사시 무상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 적십자사와도 협정을 체결해 의료 인력이 적은 홋카이도 고령자 지역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라인웍스는 단순한 협업툴을 넘어 AI를 기반으로 한 업무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 AI 음성 기록 서비스 ‘Ai노트’, 무전기처럼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라저(Roger)’, AI 콜 응답 서비스 ‘Ai콜’, AI 분석 클라우드 카메라 ‘비전’, 이미지 인식 기반 문서처리 기능 ‘OCR’ 등 현장 특화 AI 기능들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추후에는 채팅·이메일·캘린더 등으로부터일간보고 등반복적이고 패턴화된 업무를 AI가 자동 분석·처리하는 ‘AI 에이전트’ 기능까지 추가될 예정이다.
◆케어콜, 일본 복지 현장 AI 적용 첫 사례
네이버클라우드는 인력 의존도가 높은 복지 현장에 AI를 적용한 ‘케어콜’ 서비스도 선보였다. 케어콜은 복지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AI 안부 전화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이는 복지사가 일일이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행하던 상태 확인 업무에 AI를 적용한 일본 최초 사례다.
김 대표는 “이즈모시는 인구 17만명의 소도시로 고령화가 굉장히 많이 진행돼 있고, 케어해야 될 어르신들은 많은데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은 적은 도시”라며 “우리나라 역시 곧 심각하게 닥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AI 기술이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면서 “매출의 규모를 떠나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케어콜에 향후 디지털트윈 기술도 접목해 고도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디지털트윈은 도시나 건물 등을 3D로 구현하는 기술로 정확도가 뛰어나다”며 “아직 국내에는 적용된 적이 없지만, 어르신들 케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어르신들이 쓰러지거나 위치를 잃어버렸을 때 구급차 출동 등 응급 상황 대응을 위한 기반 인프라로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일본 B2B 시장 전방위 확장…글로벌로 이식
네이버클라우드는 라인웍스와 케어콜 외에도 일본 B2B 시장에서 다양한 기술 기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리전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장 중이며, 특히 게임 산업 진출을 위해 지오피·클루커스 등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와의 협업을 통해서는 디지털트윈·로봇·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빌딩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이 기술은 일본 내 대형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현재 유수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네이버클라우드는 다양한 버티컬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우리가 한국은행에 AI를 공급하면 단지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세계 중앙은행에서 똑같이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솔루션 형태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다”며 “네이버가 AI 분야에서 국내 많은 기업들과 제휴를 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고객에게 AI를 판매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버티컬 솔루션을 만들어 선진 글로벌 시장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나라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지역별 접근법을 제시했다. 동남아·중동은 로컬 회사와 제휴해 인프라를 마련하고 AI·클라우드를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소버린 AI 수요가 높은 유럽에서는 최근 모로코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AI 워크로드를 공급하는 전략이다. 일본·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정면 대결하기보다, 라인웍스와 같이 버티컬 SaaS 솔루션 공급에 집중한다.
김 대표는 “케어콜과 라인웍스는 모두 디지털화가 더딘 현장에 AI 기술을 접목해 실제 업무를 혁신하고 있다”며 “다른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공통적으로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현장’을 AI로 보완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미션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축적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는 다른 나라로의 확장도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앞으로도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장 중심의 B2B 서비스를 구체화해, 일본 사회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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